우리는 왜 거절하지 못할까요? 무조건 안 한다고, 싫다고 말하자는 게 아닙니다. 하고 싶지 않은데도, 마음이 동하지 않는데도 거절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당장의 불편한 상황을 모면하고 싶어서 YES라고 말하고는 그날 집에 돌아가서 이불킥 한 경험, 한 번쯤 있을 겁니다. 마음이 동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Yes라고 말하듯이 마음이 동하지 않을 때는 정중하게 No라고 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말이지요. 거절하지 못해서 부탁받은 일, 끝날 때까지 씁쓸한 마음으로 꾸역꾸역 하고 앉아 있는 내 모습이 짜증 나고 덕분에 자존감은 바닥입니다.
거절이라곤 모르던 저, 회사 생활하면서 많이 바뀌었습니다. 거침없이 'No'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일했던 덕에 거절하고 거절당하는 것에 대한 면역이 꽤나 생겨버린 저, 일에 관해서는 큰 죄책감 없이 거절할 수 있는 경지에 올랐습니다. 제법 거절에 익숙해진 제가 회사에서 일하면서 효과를 본, 정중하게 거절하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1) 한창 일하는데 부탁받으면
회사 생활하다 보면 당장 바쁘게 일하고 있는데 갑자기 부탁을 받을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지금 바쁘니까 Yes라고 넘어가고 나중에 고생하기 보다는 지금 상황을 솔직히 얘기하는고 거절하는 게 낫습니다. 동료나 후배에게 부탁받았을 때는 '지금 바빠서 그런데 이따 3시간 후에 다시 얘기하면 안 될까'라고 말입니다. 상사가 부탁한 거면 어떻게 하냐고요? 저는 이렇게 되묻겠습니다.
"지금 이런 이런 일을 하느라 바쁩니다. 이것보다 더 급한 일인가요? 3시간 정도 더 하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마무리할 수 있는데, 그때 얘기들어도 될까요?"
이렇게 되물으면 십중팔구, 하던 일 마무리하고 이야기하자고 합니다. 몇 번 이런 대응을 거치면 상사라도 제가 열심히 일하고 있으면 참았다가 제가 한가할 때 이야기해 주는 보너스 혜택도 얻습니다. 만약 지금 하는 일보다 급하다고 하면 당연히 하던 일을 멈추고 상사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래도 지금 하는 일을 조금이나마 미루어도 된다는 (잠정적인) 동의를 얻는 셈이니 도움이 됩니다.
2) 일이 쌓여 있는데 부탁을 받으면
어떤 일이건 대답을 하기 전에 꼭 확인해야 할 건 언제까지 해야 되는지입니다. 당장 해야 한다고, 엄청 급한 일이라고 하면 현재 하고 있는 일, 그리고 하려고 계획했던 일과의 우선순위를 비교합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들보다 더 중요한 일인지 확인하는 거지요. 후배나 동료의 부탁이라면 그 우선순위는 내가 생각해 보고 결정해야 할 일입니다. 그리고 내가 하는 일이 더 중요하고 급한 일이라면 솔직히 이야기합니다. 혹은 그럴 마음의 여유가 없을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도와주고 싶지만 지금 하는 일이 더 중요하고 먼저 마무리해야 해. 내가 지금 하는 일이 3일 후면 마무리될 것 같거든. 만약 그때까지도 너의 일이 해결되지 않으면 그때 다시 물어봐 줄래?"
3) 일이 쌓여 있는데 또 일을 시키면
만약 상사가 일을 주었고 이 일이 지금 일보다 더 급하고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면 당연히 그 일을 해야겠지요. 그렇지만 그냥 Yes라고 하지 않습니다. 이 일을 하느라고 다른 일들이 그만큼 늦어질 거라고 얘기합니다. 혹은 대안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모두 미룰 수 없는 일이니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일단 끝내고 대신 새 일을 동료 누구와 나눠서 한다던지 혹은 일의 규모를 줄이거나 마감일자를 늦추는 등 다양한 방안을 제시해서 상사와 함께 고민하고 결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어차피 인생은 협상의 연속, 기대수준을 미리 이야기하고 함께 조정하는 거야말로 효과적인 의사소통의 기본이라는 걸 요즘 절실히 깨닫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