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ENNY는 이런 거 처음이지? 못 하지? 그럼 이렇게 하면 안 돼.”

“우린 1명 만 보는 걸 만드는 게 아니잖아~ 매출이 나와야 하잖아.”

“이건 곧 성과로 이어지는거야. 이렇게 하면 시간 쓰고, 고생했는데 아무것도 아닌 게 되는거야.”

“난 경험은 무시 못 한다고 생각해. 경험 없잖아. 여기 모르잖아.”

“난 모르겠네~ 그게 뭔지~”

‘매출’이라는 촛불을 들고, 회사는 나에게 가스라이팅을 시작했다. ‘해보지 않았잖아.’ ‘넌 신입이잖아.’ ‘스토리는 필요 없어. 사람들이 공감을 해야지.’ ‘이건 안 돼. 한 줄로 정의내릴 수 있는 걸 해야지.’

이직한 회사에서 얼마 전 들었던 얘기다. 마케팅에 스토리가 필요 없다는 말도 충격적이었는데, 그동안 나의 경험을 무시하는 발언에 회의실을 나오는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물론 내가 마케팅 관련 학과를 나온 것도 아니고, 정식으로 근무해서 오랜 기간 마케팅을 해온 적은 없으나, 나의 방송 경력은 마케팅보다 훨씬 더 섬세하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수 많은 아이디어들을 꺼내 놓아야 했던 시간들이었다. 뿐만 아니라, 나는 모든 이슈가 되는 콘텐츠들은 보려고 밤에 잠도 줄여가며 노력했는데, 나의 자존감과 자존심을 깎아내는 회의실에서의 말들에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때서야 내가 잡플래닛에서 읽었던 회사 리뷰가 이해가 가고 납득이 가기 시작했다. 말로만 일하는 상사들, 팀장이 되었으니 실무는 하지 않고, 실장의 나쁜 점을 배워오는 팀장. 그리고 실무를 하고 있는 사람에 자존감을 깎아 내리는 가스라이팅까지.

그러다 문득, 그동안 지나온 회사들이 생각났다. 항상 나는 내가 부족하니까 배워야 된다고 생각했고, 상사의 말을 들을 때마다 내 존재는 하찮게 느껴졌고, 역시 나 같은 곳을 받아줄 회사는 이 회사밖에 없다고 이 사람들만이 나에게 그래도 사람답게 대해준다고 느꼈던 모든 순간들이 어쩌면 나는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던 게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들어맞았다.

위에 내용을 들었다고 전부 가스라이팅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정말 나는 배워야 할 게 많고 현재 내가 일하고 있는 분야에 대한 시장도 공부해야 하며, 우리 회사 제품 뿐만 아니라 경쟁사 제품까지 알고 타켓을 잡고 마케팅을 해야 하기에 내가 부족한 건 맞다.

그러나, 가스라이팅과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건 한끝차이라고 생각이 든다. MZ세대가 이직률이 높은 건 이 회사에서 더 이상 성장 할 수 없다고 느껴서 라고 한다. 그리고 나 또한 회의실을 나오면서 성장하려고 이 회사에 왔는데, 오히려 뒤쳐지는 마케팅만 하다 물경력인 상태로 여기에 발목이 잡히지 않을까 고민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