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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세한 설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그의 인생을 연어처럼 조금 위로 거슬러 본다. 그는 대학교 1학년 시절 은사님을 만나 '인문학 공부'의 길로 샌다. (샜다는 것은 원래 꿈은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글을 쓰는게 좋았지, 연구를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헌데, 은사님께서 인정해주는 말 한 마디에, 수업에서 지속되는 관심 하나에, 그렇게 빠져든다.

💢 그 한 순간의 실수로, 그는 잘못된 길로 들어선다. 한국에서 가장 먹고 살기 힘들다는, 대학교 강의를 뛰어도 근로장려금이 나오는, 그런 직업군을 선택한 것이다. 그는 한 번 길을 선택하면 끝장을 보는 타입인데, '진짜 안 된다 싶을 때만' 우회로를 타는 그런 사람이다. 결국 한 번의 선택으로 10년 동안 개고생했다. (개고생의 이유는 두 번째 시리즈에서)

💦 그래도 그 개고생 덕분에 원하는 부대로 입대할 수 있었다. 사실, 그는 석사 졸업전까지 마음을 졸였다. 'TO가 나오지 않으면 어쩌지?', '내가 세운 계획이 틀어지면 어쩌지?'라는 걱정만이 가득했다. 그 걱정을 해소하고자 온갖 인맥을 동원하여 정보를 캐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육군이 대상이었다. 그가 닿은 인맥이 거기 있었기 때문. 연락을 하여 'TO는 있습니까? 혹시 제가 졸업하는 시기에 TO가 나올까요?' 등등 끈질기게 괴롭혔다.

💯 그 끈질김 덕분인지, 아님 절망적인 눈빛 덕분인지, 선배는 열심히 알아봐주셨다. 그리고 신의 계시처럼 답을 내려주셨다. "원래 군무원으로 대체한다고 했고, 국방부에서도 뽑지 말라고 TO가 없었는데, 이번에 육군, 공군 둘 다 뽑는다고 하네요. 공군의 경우는 제가 직접 연락해서 확인해봤어요." 그는 그 이야기를 듣고 내적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표정은 태연히 "감사합니다. 선배, 나중에 찾아뵐게요!"라는 말을 했다.

❗ 그는 처음에 공군에 관심을 1도 주지 않았다. 공군은 청주에 있었고, 육군은 서울에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육군은 훈련소 2개월 - 휴대폰 사용 가능, 공군은 훈련소 3개월 - 휴대폰 사용 불가능이라는 넘사벽의 차이점이 있었다. 하지만 항상 그렇듯 계획에는 임포가 개입하여 길을 틀어버린다. 임포는 그의 계획을 완벽하게 틀어버리는데, 결국 그는 가고자 하는 길을 가지 못하고, 저 멀리 떠나버리게 된다. 어디냐고? 바로 '공군'으로 말이다.

😈 그 임포는 누구였을까? 그는 왜 임포에게 걸려들었나? 다르게 생각하면 그럴 수밖에 없던 이유는 무엇일까? 라고 했을 때, 공군의 필기시험과 면접시험이 더 앞서 있었다. 단순히 앞서 있었으면 모르겠으나, 그는 논문으로 지쳐있는 상태였다. 3개월 간 학교에서 노숙하며, 논문을 작성하는 지친 상태에서 '인생의 미래를 결정하는 시험'을 보게 된 것이다. 생각해보라, '그는 얼마나 긴장을 했을까?'

🥶 긴장에도 그는 '살아야 한다. 아니, 살려내야 한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시험을 치렀다. 그러면 안 됐었다. 치열한 마음가짐으로 시험에 임한 결과 '합격'한 것이다. 문제는 그 당일 합격했다는 믿음을 가지게 된 것이다. (무엇으로부터? 임포로부터) 결국, 이주 뒤에 있을 육군 시험장에 가서 '졸았다.' 가장 중요한 면접 시험을 앞에 두고 대기장에서 잠들어버린 것이다. 남들은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데, 구석진 곳에서 '혼자 쳐 자고' 있었으니, 무엇이 중요한지 몰랐던 것이다.

🤮 모든 시험을 치르고 며칠 후, 그를 확인사살 하듯 임포에게서 연락이 왔다. "3개월 동안 훈련이 힘드니까, 미리 몸 만들고 준비 잘해서 와야해요." 아, 그는 절망을 하고 말았다. 분명히 육군과 공군은 정보를 주고 받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꼼짝없이 서울을 떠나 타향살이를 할 수밖에 없다는 예감을 받은 것이다. 아직, 둘 다 공식적인 결과가 나오기 전인데, 왜 세상은 그에게 공식적인 결과를 알려주는 것인가? 그는 그렇게 논문을 쓰던 작디 작은 연구소에서 소리를 질렀다. 그때는 안도감이 찬 환호였다. 하지만 몇 개월 후, 차마 입에 담지 못 할 욕지거리를 내질렀다. 똑같은 곳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