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하는 걸 좋아하진 않지만, 내가 무언가를 느낀 걸 남기기 위한 리뷰를 종종 쓰는 편이다. 리뷰를 남기는 곳도 다양하다. 영화를 보고 나면 왓챠피디아에 한 줄 평을 남기고, 플레이를 통해 어떤 날에 무엇을 봤는지 기록한다. 만족스러운 카페에 가면, 네이버 지도에 부러 영수증 인증까지 하며 방문 리뷰를 남긴다. 조금이나마 오래갔으면 하는 바람에 너무 과하지 않는 선에서 선한 리뷰를 남긴다. 읽었던 책이 좋으면 문장을 발췌해서 정리해두고, 줄거리를 제외한 내가 느낀 감정을 솔직하게 적어둔다.
재밌는 지점은, 내가 언제 남긴지도 못한 리뷰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다. 광주에서 지낼 때 정말 좋아하던 카페들이 오래갔으면 하는 바람에 적어둔 개별 리뷰는 조회수가 4000~5000이 넘어간다. 엄청 높지도 낮지도 않은 숫자지만 누군가 이 카페에 오려고 할 때 나의 리뷰를 참고했다는 점이 꽤 멋쩍게 느껴졌다. 나쁜 의도는 전혀 담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카페 사장님께 도움을 드렸다는 사실이 미쁘다. 사장님은 모르시겠지만...리뷰 하나하나가 소중한 걸 알아서, 리뷰할 때만큼은 조심스러워진다. 일전에는 배달 음식을 시켰다가 밥과 소스를 받지 못해 돈가스만 우걱우걱 먹은 기억이 있다. 돈가스를 이미 절반을 먹은 상태에서 받은 밥과 소스는, ‘내가 이러려고 배달시켰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 식어버린 돈가스와 온기를 가득 머금은 밥은 그날따라 대비되어 보였다. 기분도 좋지 않아, 배달앱의 리뷰를 아무 평도 쓰지 않고 별점 3점을 남겼다.
리뷰를 보시더니, 사장님께서는 개인 연락처로 문자와 전화를 했다. 별점이 가게 평에 큰 영향을 미치니 바꿔주시면 안 되겠냐, 사정 사정을 하셨다. 내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었지만, 별점을 3점을 줬다는 이유로 순간 나는 갑이 되었다. 전화기를 앞에 두고 쩔쩔매는 사장님 앞에서 졸지에 갑이 돼버렸다. 갑질을 하지 않았지만, 갑이 된 기분은 썩 유쾌하지 않았다. 사장님도 아주 억울했을 것이 분명했다. 사장님은 제대로 포장했지만 기사님의 잘못으로 우리가 받아야 할 밥과 소스가 누락되었기 때문이다. 더 이상의 연락을 이어가고 싶지 않아 알겠다. 말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3점의 별점은 수정을 통해 5점으로 바꿨다.
배부른 듯, 배부르지 않은 상태에 있을 때 똑- 똑- 하는 노크 소리가 들렸다. 올 사람이 없는데, 누군가하고 문을 여니 사장님께서 직접 사과를 하러 찾아오셨다. 이런저런 사과의 말과 사장님은 한 손에 쥐고 있던 비닐봉지를 건네셨다. 이게 무엇이고 하니, 빼빼로 세 개가 있었다.
‘아, 오늘 빼빼로데이구나’
머쓱한 웃음을 뒤로한 채, 사장님은 가게로 돌아가셨다. 방에 들어와 빼빼로를 꺼내 보니 뒷면에는 조그마한 편지가 붙어있었다.
누군가 공을 들여 만든 공간, 음식, 커피, 음악 등을 ‘솔직하게’, ‘가감 없이’ 리뷰한다는 게 미덕이라 생각하는 이들을 종종 본다. 마치 그게 쿨한 것처럼, 마치 ‘평론가’가 된 것처럼 무엇이 된 거처럼 으스대는 꼴이 우스울 때가 있다. 악평을 써놓고서는 피드백이라는 포장지로 감싼다.
뽐내기 위한 안목과 감각은 정돈된 텍스트 뒤 편에 무례함을 지니고 있다. 그 누구도 그 사람의 리뷰를 원하지 않았지만, ‘나 아니면 안 돼’ 식의 리뷰가 판을 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