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고 있던 큰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일의 희노애락을 한 바퀴 경험했을 때쯤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나에게 ‘일'은 어떤 의미인지, 앞으로 ‘일'을 어떻게 더 잘해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던 찰나, <왜 일하는가?> 라는 제목에 눈에 띄었다.
<왜 일하는가?>는 세계적인 일본 기업 ‘교세라'의 창업자, 경영의 신 이나모리 가즈오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일'의 철학을 이야기한 책이다. 처음에는 기업 회장님의 성공을 다룬 전형적인 자기계발서 느낌이 나서(개인적으로 이런 류의 책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나랑 맞을지 조금 고민이 되었다. 그런데 막상 다 읽고나니, 결국 본질적인 핵심은 시대를 초월한 공감을 불러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그렇듯, 나도 20대 초중반에 가장 많이 했던 고민이 ‘좋아하는 일 찾기’였다.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해 ‘손에 잡히지 않는 환상을 좇기보다는 눈앞에 놓인 일부터 좋아하려고 노력하는 자세'를 강조한다. 처음부터 100% 좋아하는 일을 찾기보다는, 지금 주어진 일을 좋아해보려고 노력하면서 그 안에서 내가 좋아하는 지점을 발견해가는 것이다. 나도 지금 하고 있는, 좋아하는 일을 처음부터 찾은 건 아니었다. 여러 회사와 직무를 거치면서, 일 안에서 내가 좋아하는 지점이 어떤 부분인지 스스로를 알아가고, 이건 정말 나랑 안 맞는 영역, 이건 힘들지만 계속 도전해보고 싶은 영역이 조금씩 구분되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면 첫 회사에서 마케터로서 진행했던 홈페이지 개편 업무에서 좋아하는 지점을 발견해서, 지금은 아예 IT 서비스기획 직무로 이직해서 일하고 있다. 이런 판단을 할 수 있으려면 적어도 주어진 일에 대해 최선을 다해 처음과 끝을 경험해봐야 하지 않나 싶다. 사실 기쁨만 존재하는 일은 환상에 가깝다. 일의 기쁨과 슬픔이 모두 존재하는 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슬픔인지를 확인해봐야 한다. 그렇지만, 직접 깊게 들어가지 않고, 겉핥기 식으로 밖에서만 본 일들은 이런 슬픔을 알 수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감사하게도, 나를 알아봐 준 사람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예전에 면접봤던 어느 스타트업의 대표님은 면접 끝나고 그 자리에서 피드백을 주시기도 했는데, 그때 “자기 사업처럼 여기는 주도적인 성향이면 일을 굉장히 빠르게 습득하고 성장할 것 같다.”라는 말을 해주셨다. 그때는 ‘연관 직무 경험보다 성향이 더 중요한가?’ 싶었는데, 업무 경력이 쌓이면서 나도 채용 인터뷰에 실무자로 들어가게 되니 대표님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관련 경험이 있으면 초기 온보딩은 더 수월하고 빠르겠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서는, 업무 경험은 결국 비슷해진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성향과 태도가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게 하고 역량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이끈다. 저자는 이렇게 일의 소용돌이를 직접 만들어내고 스스로 타오르는 사람을 ‘자연성 인간'이라고 표현한다. 나이, 경력이나 직급에 관계없이 맡은 일을 주도해서 끌고나가는 ‘자연성 인간'이 실질적인 리더다.
저자는 일의 태도로 ‘유의주의'를 강조하기도 한다. 유의주의란 ‘뜻을 가지고 뜻을 기울이라'는 의미로, 뚜렷하고 진지하게 의식과 신경을 대상에 집중시키는 것이다. 반면, 소리가 들리고 난 후에야 돌아보고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무의주의'라고 한다. 사소한 부분까지도 세세하게 신경을 기울여야 실수를 방지하고,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곧바로 대처할 수 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라는 말처럼, 결국 마음을 얻는 일도 잃는 일도 디테일에 있다. 깊게 들여다보지 않으면, 꼭 방심하고 대충 넘어간 지점에서 문제가 발생하거나 아쉬움이 생긴다. 아무리 단순하고 사소해보이는 일이라도 수영장 바닥에서 동전을 주워오는 딥다이버처럼, 내가 내려갈 수 있는 가장 밑바닥까지 깊게 고민하고, 온 힘을 다해 행동하면 분명 다른 결과를 가져올 거라고 믿는다. 짧은 시간 안에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그만큼 치열하게 노력했던 과정이 내 안에 쌓이기 때문에 결국은 다른 내일을 만들어낼 것이다.
<aside> 💡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천직이라 생각하고 즐겁게 일해야 한다. 누군가에게 지시받아서 어쩔 수 없이 일하고 있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는 한, 일하는 고통에서 영영 벗어날 수 없다. 나는 일터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기보다는, 우선 주어진 일을 좋아하려는 마음부터 갖길 바랍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는 건, 어쩌면 손에 잡히지 않는 파랑새를 쫓아다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환상을 좇기보다는 눈앞에 놓인 일부터 좋아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훨씬 중요하다. 일을 좋아하고 사랑하면 어떤 고생도 마다하지 않게 되고, 노력을 노력이라 여기지 않으며, 일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일에 완전히 몰입하면 저절로 추진력도 붙는다. 추진력이 붙으면 성과도 좋게 나타나고, 덩달아 주변 사람들로부터 좋은 평가도 받게 된다. 주위에서 칭찬해주면 내가 하는 일이 더 좋아지고 그 일에 더 집중하게 되는 선순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바로 이렇게 우리 인생에 선순환이 시작된다. 그러니 우선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좋아지도록 강한 의지로 끝없이 노력하라. 다른 방법은 없다. 그러면 자연히 인생도 풍요로워질 것이다. <89-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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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de> 💡 세상의 모든 위대한 업적은 사소한 데에서 시작하고, 그 사소한 것에 애정을 갖는 사람만이 위대해지는 법이다.
지금 일이 막히거나 방법을 몰라 고민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그 일에 애정을 갖고, 그 일과 연관된 상황들을 꼼꼼히 들여다보라. 그런 다음 그 일을 꼭 해내고야 말겠다고 간절히 기도하라. 그러면 반드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힌트가 귀에 또렷이 들려올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높은 곳으로 뛰어오를 수 있는 확실한 발판에 발을 디디게 될 것이다. 일에 대한 애정만큼 유능한 스승은 없는 법이다. <1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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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de> 💡 물질은 불에 가까이 대면 타는 가연성 물질, 불에 가까이 대도 타지 않는 불연성 물질, 스스로도 잘 타는 자연성 물질이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가연성 인간은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받야아만 행동하고, 불연성 인간은 좀처럼 타지 않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불씨를 꺼버린다. 이에 반해 자연성 인간은 스스로 타올라 행동으로 옮긴다.
어떤 일이든 그 일을 끝까지 해내려면 스스로 타오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스스로 타오르기 위해서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하는 동시에, 자신이 왜 그 일을 하는지 명백한 목표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나 같은 경영자라면 자신의 회사를 어떻게 운영해나갈 것인지 항상 생각해야 한다. 처음 사회에 나와 취업한 사회초년생이라면 자신의 미래를 상상해 꿈을 그리고, 하고 싶은 일과 이루고 싶은 목표를 생각하며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러나 조직생활을 하다 보면 ‘이건 나와 상관없는 일이야'라며 타오를 생각도 하지 않고, 타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이들도 있다. 그들은 주변 사람들이 아무리 뜨거운 열의로 활활 타올라도 함께 타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주변의 열기까지도 빼앗아버린다. 이런 얼음 같은 사람을 만나면 의욕이 충만한 사람들도 곤란한 상황에 빠진다. <109-110쪽>
불연성 직원은 스스로 나서지 않는다. 왜 그 일을 해야하는지 목적과 이유를 알지 못하기에 일의 속도도 더디고, 당연히 일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업무 트러블이 자주 생기는 것도 자기 일에 대한 관심과 의욕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자연성 직원은 지시를 받기도 전에 스스로 알아서 적극적으로 일을 찾는다. 그를 보는 사람들이 덩달아 신이 날 정도다. 맡은 일은 누구보다 좋아하고, 이루고자 하는 책임감도 대단하다. 설령 일이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결코 불평불만하지 않는다. 그런 자연성 직원에 힘입어 가연성 직원들도 함께 타오른다. <111쪽>
“차분히 생각해보라. 당신은 스스로 타오르는 자연성 인간인가, 아니면 불이 닿아도 타지 않는 불연성 인간인가?”
회사를 비롯한 다양한 조직에서 일을 원활히 처리해나가기 위해서는 어떤 일이든지 열정적으로 임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 사람은 자기가 중심이 되어 마치 상승기류가 치고 올라가듯 전 구성원을 이끌고 조직을 역동적으로 움직이게 한다. 나는 그렇게 자신이 먼저 적극적으로 일에 임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해 일을 활기차게 진행하는 사람을 ‘소용돌이의 중심에서 일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일이라는 건 결코 혼자서는 할 수 없다. 상사와 부하 직원을 비롯해 주변 사람들과 협력해야 비로소 좋은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 자신이 프로젝트나 집단의 중심이 되지 않고 주변을 빙빙 돌기만 해서는 일의 진정한 기쁨을 느끼기 어렵다. 자신이 일이라는 소용돌이의 중심이 되어 적극적으로 주위를 끌어들여야 일의 진정한 묘미를 맛볼 수 있다.
‘어떻게 해야 소용돌이를 일으킬 수 있을까?’ <1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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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de> 💡 막연한 미래를 내다보고 걱정하기보다는 당장 내 눈앞에 있는 현실만 보기로 했다. 모든 문제의 근원은 결국 내 눈앞에 놓인 것 때문이 아닌가. 막연한 미래만 좇다가 오늘 하루 아무 일도 하지 못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오히려 단기적인 관점으로 내가 하는 일의 위치를 점검하고 실천했다. 미래에 얼마만큼의 연구 성과를 올릴 수 있을지, 내 인생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꿰뚫어보는 안목을 갖지 못했기에, 내가 딛고 서 있는 발밑만을 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때부터 나는 이렇게 생각하며 스스로를 담금질했다.
‘아무것도 보지 말자. 오늘 달성하기로 한 일은 반드시 오늘 해내자. 일의 성과와 진척 상황을 하루 단위로 구분해 확실히 지키자. 하루 동안 적어도 한 걸음만큼은 꼭 앞으로 나아가자. 오늘은 어제보다 1센티미터라도 더 앞으로 나아가자.’
단순히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뿐 아니라, 오늘을 돌아보고 그 성찰을 토대로 내일은 반드시 ‘한 가지 개선', ‘한 가지 궁리'를 더하겠다고 결심했다.
설비가 열악하고 지원이 없어도 이 하루 단위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전심전력했고, 매일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일에 몰두하며 더 좋은 방법을 궁리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하루하루가 한 달로 이어졌고, 어느새 한 달은 1년으로 이어졌다. <1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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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de> 💡 인생에서 고난이 끊임없이 몰아치는 일은 없다. 물론 행운 또한 영원히 계속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일이 잘될 때는 교만하지 말아야 하고, 실의에 빠져도 좌절하지 말고 용기를 내어 매일매일 꾸준히 열심히 일하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시련 속에서도 열심히 노력을 계속하는 그 시간이 성공의 씨앗을 소중히 키우는 시간이란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인생을 살면 이따금 실패할 때가 있다. 설사 실패와 맞닥뜨린다고 해도 결코 절망에 사로잡혀 감성적인 고민에 빠져서는 안 된다. 엎지른 물을 주워 담을 수도 없지 않은가. 삶은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는다.
‘왜 그런 일을 했을까.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나는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이야. 다시는 도전하지 않겠어.’
고민하고 자책한들 이미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다. 속상하겠지만,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로 잊는 것이 좋다.
그 대신 실패한 원인을 곰곰이 생각해보고 잘못을 돌아봐야 한다. 어쩌다가 그런 멍청한 실수를 하게 되었는지 원인을 따져보고 엄격히 반성해야 한다. 충분히 반성했다면, 그다음에는 깨끗이 잊어버려라. 인생에서도, 일에서도 언제까지고 지난 일에 질질 끌려 다니며 괴로워해봐야 백해무익일 뿐이다. 충분히 반성한 후에는 새로운 목표를 향해 밝고 가벼운 마음으로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자기반성과 자책은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한다. <183-1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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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de> 💡 대담함과 세심함은 서로 모순된다. 하지만 이 둘을 모두 갖고 있어야 무슨 일이든 완전하게 해낼 수 있다. 마치 천을 짤 때 씨실과 날실이 필요한 것처럼 각자의 특징을 잘 살려 어우러지게 해야 한다. 세로로 내려오는 날실이 대담함이라면, 가로로 질러가는 씨실은 세심함이라 할 수 있다. 서로 상반된 방향으로 치닫는 두 요소를 교차시켜 만나게 하면 비로소 아름다운 천이 완성된다.
일을 할 때에도 대담함은 추진력을 주고, 세심함은 작은 것까지 챙기면서 실패를 막을 수 있게 해준다. <1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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