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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6월입니다. 날씨가 갈수록 무더워지고, 일기예보에는 30도가 넘는 숫자가 심심찮게 보입니다. 올 여름도 꽤 덥다고 하는데, 열사병을 조심해야겠습니다. 여름의 초입인 6월에는 또 다른 이름표가 붙어있습니다. 바로 ‘호국보훈의달’입니다. 1950년 6월 25일 새벽에 시작된 전쟁의 상흔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6월입니다. 분단국가이자 휴전국가인 작금의 현실을 되돌아보는 시간입니다.

이 기간에는 기관에서 조기를 게양하고, 추모 행사를 주변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누군가를 기억하기 위해, 현충원을 찾아뵙는 분들도 많습니다. 동시에 제품 시장에도 특별 제품, 관련 마케팅이 많이 나타납니다. 무궁화 디자인, 태극기 디자인을 안찾아보기 힘든 시기입니다. 일상에서도 기념하고, 추모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자극하는 제품들이 많습니다. 오늘 글은 기념하는 물건을 만들 때, 지켜야 하는 선에 대해서 남겨보고자 합니다.

제품의 본래 기능을 잃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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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본래 기능이 부실한 제품을 사려고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최근의 핵심 소비 계층인 ‘MZ’세대가 가치 소비를 중요시 한다고 하지만, 어느 정도 선이 있는 것이지요. 예컨대, 물 한모금 먹지 못하고, 싸워왔던 6.25전쟁의 영령들을 기린다는 컨셉으로 물이 줄줄세는 컵을 만든다고 칩시다. 판매 수익도 관련 기관에 기부를 한다고 하구요. 하지만, 이런 컵을 사고싶은 사람은 정말 적을 겁니다. 컵은 결국 무언가를 담는 기능을 해야하는데, 물이 센다는 건 기능이 없는 것이죠.

오히려 무언가를 기념하는 제품일 수 록, 그 기능의 수준을 높여야합니다. 그래야 고객 만족이 생기고, 그것이 자연스레 기념하는 마음으로 이어지기 쉬우니깐요. 반대로 기능이 좋지 않은 제품은, 기념하고자 하는 의도를 부정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판매자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기념의 대상에게 까지 전파될 수 도 있으니깐요.

원본에 대한 존중을 할 것

대부분의 기념하는 행위는 그 유래나 기간이 오래된 것들이 일반적입니다. 그에 따라서 지속적으로 표현되온 방식도 유사하고, 일정한 형식이 있습니다.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창작자의 입장에서는 이 방식을 비틀거나, 변화시키고자 하는 욕구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기존의 이미지와 메시지를 새롭게 해석하는 방식은 그 자체로는 나쁘지 않습니다. 오히려 새롭게 해석된 이미지와 메시지는 신선함을 주면서, 사람들이 다시 관심을 갖도록 유도할 수 있는 좋은 콘텐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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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중요한 것은 그 정도의 수준입니다. 과도한 비틀기와 왜곡은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줍니다. 예전에 유명 예능 프로그램에서 6.25 참전용사를 희화화하여, 논란을 빚은 적이 있습니다. 맥락과 의도가 어찌되었든, 한번 생긴 사람들의 인식은 바뀌기 어렵습니다. 손대지 말아야할 부분은 과감하게 내버려두고, 다른 방식으로 풀어보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기저에는 ‘존중’과 ‘기념’이 깔려있어야 합니다.

글을 마치며

사실 기념품도 복잡합니다. 원본을 잘 살리면서, 상업성도 있어야하고, 그와 동시에 새로워야하는, 하지만 지킬 것은 지켜야하는 고려할 것이 많은 제품입니다. 잘 만들어진 기념품, 모티브 제품은 사람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습니다. 기본적으로 같은 문화권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가진 공감대를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다양한 시도들도 나타나고, 그 과정에서 문제도 발생합니다. 다양한 문제들 속에서 우리가 기념품을 만들 때, 헷갈리지 않을 수 있는 하나의 기준을 제시한다면 바로 ‘기억’이 아닐까 싶습니다. 원래 기념하고, 기억하려고 했던 대상이 누구인지, 그리고 사람들에게 어떻게 기억되는지 고려해본다면, 좀 더 새롭고 괜찮은 기념품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2022.06.03 QQJ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