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님은 어떤 순간에 동굴을 찾으시나요?
저는 이번 추석 연휴에 잠시 조용히 저만의 동굴을 찾아 떠나는 시간을 가졌어요.
몸도, 마음도 너무 힘든 시간이었거든요.
힘이 들면 힘들다 소리를 지르는 사람이 있고,
힘이 들면 들수록 소리를 안으로 삼키는 사람이 있는데,
저는 아무래도 소리를 안으로 더 꽁꽁 삼키는 사람인 것 같아요.
삼키는 과정이 마치 커다란 알사탕 하나를 잘못해서 삼켜 버린 것처럼 고통스럽지만, 뱉지 못하고 끝내 그 사탕이 장기 안에서 녹아내려 더 이상 고통을 주지 않는 순간까지 입을 다물고 그 시간을 인내하는 사람이더라고요. 옆에서 아무리 뱉어내라고 소리치고, 다그쳐도 도무지 그 사탕이 밖으로 나오질 않는 사람인 것 같아요.
어릴 땐 그런 순간이 너무나도 자주 찾아와서,
틈만 나면 잠수를 타고, 마음을 숨바꼭질하듯이 요리조리 숨기기 바빴는데,
성인이 되고, 결국엔 알리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마음을 먹은 순간부터는 그런 순간이 찾아오지 않게 나름대로 잘 컨트롤 하고 있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이번 추석에 갑자기 그동안 봉인해두었던 습성이 튀어나와 버린 거예요. 몸이 많이 아팠거든요. 정신이 아파도 몸이 건강하면 어떻게든 이겨낼 텐데, 몸도 아프고 정신도 아프니깐 부정적인 생각과 짜증이 아무리 떨쳐내려고 해도 떨쳐지지가 않더라고요.(역시.. 건강이 가장 으뜸이라는 걸 다시 느낄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도 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