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03

캐나다 도착 후 이틀 째인 오늘도 나는 몽롱하게 잠을 자지 못하고 있다. 낮과 밤이 바뀐 현실, 내 몸은 변화에 쉽사리 적응하지 못했다.

사람이 몽롱한 상태가 되면 어떤가?

우선 조금 화가 난다. 시차를 이기지 못하는 스스로가 ‘이거밖에 안됐어?’싶을 정도로 조금 보기 싫어진다. 젊음이 끝난 것이 증명된 것 같아 약간은 부정해 보기도 한다. 나 때는 말이야, 라며 시차도 없이 잘도 해외 여행을 다니던 시절은 이제 없겠다는 증세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탓이다.

그리고 나면 다시 조급해진다. 지금 잠을 자지 못할 경우 하루를 망칠 것 같다고 불안해한다. 눈을 감고 생각을 비워본다. 가만가만 숨을 고르고 누운 채 몸에 힘을 쫙 뺀다. 나는 지금 잠을 잔다…라고 최면을 걸려다가 그만 잡생각이 튀어나온다. 몸을 옆으로 돌려 누어 다시 시도한다. 에잇, 나도 모르게 핸드폰에 손이 가버렸다.

눈은 뜨고 생각은 하지만 뭔가 뿌연 구름이 가득 끼어 판단이 느려진다. 어쩌면 평소 체력과 관련있는 건 아닐까 짐작해본다. 하긴 내가 근래 한 두 달 운동을 좀 게을리 하긴 했지. 괜히 운동을 꾸준히 하지 않은 내 탓인 것 같다. 그러고 보니 60대 부모님을 유럽으로 모시고 여행하면서 힘들어 하시던 모습이 떠오른다. 당신들의 고생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다. 내 탓이 맞는 것 같다. 잠도 안오는데 문자라도 보내드려야겠다.

해가 뜨면서 진짜 하루가 시작된 캘거리의 아침. 먼 곳에서 부모님의 마음을 떠올려본다.

몽롱한 와중에도 나와 함께 여행하며 참고 같이 즐거워해주던 부모님의 사랑은 두 번 생각할 것 없이 분명히 보이는 것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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