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여름방학 중 인턴생활을 할 때였습니다. 회사에서 정해준 멘토와 이야기를 하다가 제가 물었지요.

"저한테 부족한 게 뭔가요?"

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말했습니다.

"넌 너무 겸손해. 좀 두목 행세를 해도 괜찮아. You should be bossier."

Bossy라는 형용사를 그때 처음 들었습니다. 네, 우리가 흔히 쓰는 보스(boss)의 형용사입니다.

bossy fond of giving people orders; domineering. "she was bossy, scared of nobody, and full of vinegar" 1.(구어) 두목 노릇 하는, 2. 거드럭거리는, 3. 거만한 구글 사전, 다음 사전

당시에는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머릿속에 콕 박혀버린 조언. 회사 생활을 꽤 하고 나서야 그 조언의 의미를 알았지요. 제가 당시 일했던 회사는 백인들만 한가득이었습니다. 자기 잘난 맛에 사는 듯, 조금만 알아도 다 아는 것처럼 얘기하고 질문하고 지적하는 데 거침이 없는 사람들뿐입니다. 흔히 알파형 인간들이라고 하지요. 그 와중에 조용히 앉아있는 동양인 여자애가 신경이 쓰였을 겁니다. 알아도 나서서 답하지 않고 묻지 않으면 이것저것 내가 한 거라고 자랑하지 않는 제가 답답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앉혀두고 조언을 준 거지요.

"넌 너무 겸손해. You should be bossier."

그럼 boss의 가장 큰 특징은 뭘까요? 바로 지적과 질문입니다. 내가 모르면 모르는 걸 창피해하기보다는 왜 내가 잘 이해하도록 설명하지 못하냐고, 제대로 설명하라고 요청하는 태도입니다. 알고 모르고를 명확히 인지하고 제대로 질문하는 것, 그게 바로 저의 두 번째 멘토의 조언이었습니다.

저의 두 번째 멘토는 이후 옮긴 회사에서 만났습니다. 회사를 옮긴 직후라 다소 긴장했던 저, 이렇게 질문했습니다.

"이 회사에서 성공하려면 뭘 잘 해야 할까요?"

저의 질문에 어깨를 으쓱이며 저의 멘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좋은 질문을 하는 게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

당시에는 질문이 뭐가 중요하냐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빛이 나는 조언이었습니다. 질문을 한다는 건 내가 모른다는 걸 아는 걸 의미합니다. 좋은 질문을 한다는 건 여러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안다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내 질문의 의미를 아는 것이기도 하지요.

질문, 특히 좋은 질문에 대해 생각하게 한 책이 바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The hitchhikeer's guide to the galaxy)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