ㄹ 첫 시작은 경이로움이었다. 함께 하는 분의 일처리 스피드와 추진력에 감명받아 그가 하는, 일하는 방법을 살펴봤다. 눈으로는 부족해 물어봤다. "생각 많이 안 하고 해야 되면 바로 하는 편이에요."
첫 결심은 과묵이었다. 생각이 많은 나로선 경이로운 속도에 충격받았고 그의 행동을 따라가고자 했다. 생각을 줄이니 자연스레 말이 줄었다. 어느 정도였냐면 대부분의 대답을 O, X로 할 만큼.
말이 적고 침착해졌다. 사실 침착이라기보단 그저 해야 할 일로 바라보고 했을 뿐이다. 마치 오늘 안에 10장 써야 하는 깜지를 보는 기분이랄까. 3개월 동안 묵묵히 깜깜한 묵을 갈고 있었다. 묵.
첫 의심이 도졌다. 빠른 로켓에 타고 있단 것은 그만큼 안전장치 등 고려 사항이 많다는 뜻이다. 생각 없이 해야 할 일로만 구분하다 보니 일은 하지만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 찜찜함을 느꼈다.
이어 질문이 쏟아졌다. 이렇게 일하는 게 맞는가, 저분 능력과 내 능력은 다른 게 아닐까, 오늘 어떻게 살았지 등. 융단폭격을 지나니 드디어 서있는 곳을 발견했다. 흰색 모래의 백사장이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 [생각이 없다 > 말이 없다 > 생각이 더 없다 > 말이 더 없다 > 하루에 한 마디도 안 하고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깜깜한 세상을 지나 온통 하얀 세상에 도착했다.
내 인생 와칸다 포에버. 중간 없이 항상 극과 극으로 가니?
첫 결론 : 이 방식도 나와 맞진 않다. 다시 내가 잘했던 것들로 돌아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