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s://brunch.co.kr/@yunseul125/123
며칠전 지하철을 타고 어딘가에 가는 길이었다. 운이 좋게도 자리에 앉아 편하게 유튜브를 보며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었다. 중간에 어느 역에 정차하고 지하철의 문이 열렸다.
한 명, 두 명. 사람들이 지나간다. 멍하니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한 세네명의 사람들이 지나가는데 신기한 공통점이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팍 숙이고 핸드폰만 보면서 걸어가고 있었다. 이걸 의식한 후 계속해서 사람들을 지켜봤다. 몇 명의 사람들이 지나갔는 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한 두명의 사람을 제외하곤 모두들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나만해도 어딜 갈 때 항상 핸드폰을 보곤 한다. 지하철, 버스를 탈 때는 물론이고 걸어 다닐 때, 심지어 지금 글을 쓰기 직전에도 유튜브를 틀어 놓고 있었다. (전남 드래곤즈에 160cm의 박성결 선수가 데뷔했다는 영상이 있길래 궁금해서 봤다) 무튼, 너무 디지털에 잠식되어 가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에 이렇게 글로 남긴다.
왜 나는 길을 걸을 때, 지하철을 탈 때 유튜브를 보고 있었을까, 그 사람들은 왜 고개를 숙이고 다녔을까. 이동 시간에도 무언가 일에 도움이 되는, 인생에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보고 싶어서 였을까? 아니면 매일같이 다니는 그 길이 너무 지루해서 재미를 추가하기 위해 무언갈 보고 있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나를 보면서 차라리 고개를 숙일 거라면 핸드폰이 아닌 다른 이유 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유튜브 보단, 전자책을. 전자책 보다는 종이책을. 가장 좋은 건 아무것도 안하고 차라리 멍을 때리자. 노래 정도만 듣자. 주변의 풍경을 보고 주변의 환경을 구경하자.
최근에 엄마가 라디오를 사고 싶다고 하셨다. 매일같이 틀어져 있는 티비를 보면서 엄마의 어릴 적에 듣던 외국 노래가 나오던 라디오 감성을 느끼고 싶다고 하셨다. 그래서 엄마와 같이 이런 저런 제품들을 찾았고 엄마가 원하던 안테나가 있고 버튼이 아니라 주파수를 맞추는 라디오를 주문해드렸다.
굳이 아날로그적인 생활을 할 필요는 없겠지만 지금은 그러고 싶다. 내 디지털 농도를 낮추고 싶다. 고개를 들고 척추 피고 다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