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괴로웠다. 출근은 당연히 하기 싫은 것이지만 그 정도 수준을 넘었다. 매일 그 사람을 볼 생각만으로도 두려웠다.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왜 무서운지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내서 쓰고 싶은데 떠올리려는 시도조차 힘들다. 그때의 나는 사회인이라고 하기에는 외부 자극에 취약했었고, 내 잘못과 실수가 일부 있었기 때문에 어디에다 말하기도 어려웠다. 그래도 비유하자면 이것과 같다. 진실과 날조를 교묘히 섞은 것은, 진실이 들어있다고 하더라도 가짜 뉴스가 아닌가? 그 사람이 나에게 행한 건 괴롭힘이 맞다. 전부 내 잘못이라는 자책에 빠져 고통을 호소하지도 못했는데 다들 내가 그 사람 때문에 힘들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럴 만도. 그 사람은 선배들한테도 미친년이었으니. 그 사람 밑에서 나는 한 달을 채 못 버틴 미성숙한 사회부적응자가 되어 나가떨어졌다. 그 사람도 그 후에 회사를 나갔다, 하는 소식만 들었었다.
얼마 전 헬스장에서 마지막 유산소 운동을 위해 러닝머신에 올랐다. 시작하면 자동으로 TV가 앞에 있는 화면에 나오는데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하필이면 그 시간, 그 순간, 그 사람이 화면 속 유명 프로그램에 나오고 있었는지. 담당 방송인과 다른 패널들이 나오는 동안 '설마 아니겠지, 닮은 사람이겠지' 하며 놀란 마음을 추슬러 봤지만 다시 잡힌 원샷은 그 사람이 맞았다. 정확히 2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 이런 식으로 마주하게 될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실제로는 거의 못 본 생글거리며 웃으며 친근하게 말을 거는 낯선 그 사람의 모습을 보니 말 그대로 몸이 굳는 것 같았다. 소름 끼쳤다. 얼마나 더 낯선 모습을 보이는지 궁금해서 채널을 옮기지 않고 더 볼까 했는데 차마 못 보겠더라. 변함없는 식사습관이 내 기억 속 그 사람과 같은 사람이라는 걸 증명하는 것 같아 더 헛구역질이 올라오는 것 같았다. 화면을 통해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억이 주마등처럼 지나가고 숨이 턱 막힌다는 느낌을 처음으로 받았다.
보통 시간이 지날수록 나쁜 기억은 잊고 좋은 기억만 남는 편이라 대부분이 추억으로 남는다. 그런데도 이 사람에 대한 트라우마는 마음 깊숙이 자리 잡아 잊을만하면 떠올랐다. 사회생활을 하며 전혀 이해되지 않던 그 사람의 행동과 태도가 이해될 것 같은 순간이 온다. 그럴 때마다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했던 그날들의 다짐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게 해준다는 점은 그 트라우마의 유일한 장점. 평생 잊고 싶지만 평생 잊어서는 안 될 기억.
이제와서 누구한테 말을 한들 재미도 없고 흔한 이야기라 관심도 없을거라 재회(?)의 감상만을 기록해본다. 누군가가 읽고 같이 욕해준다면 고마운 일이고 아니면 말고. 앞으로 종종 술자리 안주거리로 꺼낼 에피소드 하나가 생겼다고 여겨야지.
ps. 제목의 확률은 몇이나 될까요? 이과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