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ave No Trace 흔적을 남기지 말자

산이나 바다, 호수 할 거 없이 공원에 가면 볼 수 있는 이 짧은 문장은 제 삶의 모토 중 하나입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우리의 삶, 평균 수명 80년으로 예측되는 저의 평범한 인생. 어렸을 때는 퀴리 부인을 롤 모델로 두고 인류의 삶에 이바지하겠다는 큰 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까지 살아온 제 삶을 돌아보니 지식도 역량도 그만저만, 그렇다고 특출나게 의지나 결단이 있는 것도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앞으로 남은 시간도 지금까지처럼 내 한 몸 간수하고 나 하나 행복한 삶을 살겠다 싶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고 결심한 게 바로 'Leave No Trace'입니다. 살면서 좋은 영향 하나 제대로 남기지 못하는 내 삶이 적어도 나쁜 영향도 남겨서는 안되겠다는 거지요. 아름다운 지구, 잠시 들렀다 즐기다 가는 여행객처럼 살다 가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가볍게 살자는 마음, 미니멀 라이프(Minimal Life)를 향한 저의 바램도 바로 여기서 시작되었습니다.

아직도 물건과 욕심을 덕지덕지, 무겁게 진 채 살고 있는 저, 미니멀 라이프와 아직도 거리가 멀지만 그 마음만은 몇 년째 간직하고 조심하며 살고 있습니다. 작년 2050 거주불능 지구(The Uninhabitable Earth) 책을 읽은 후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고 제 삶의 자취를 가급적 적게 남기겠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습니다.

참고로 지금 우리의 노력으로 우리의 지구를, 그리고 바다를 수복하고 지키기에는 이미 역부족입니다. 책의 저자도 개개인이 일상에서 하는 노력으로는 역부족이라고 인정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일상에서 실천 중인 아래 방법은 단순히 자기만족이라는 점도 인정합니다. 그래도 저는 계속 이렇게 살아가겠노라 다짐했습니다. 조직, 사회, 국가적 차원에서야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 우선순위를 정해 자원을 집중하는 것이 옳습니다. 그렇지만 제 개인의 삶에서만큼은 큰 효과가 없더라도 발버둥 치기를 멈추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하나씩 해 가는 게 제가 좋습니다.

그래서 바다 식목일을 맞아 공개하는 제가 바다를 위해 (그리고 지구를 위해) 실천 중인 3가지 방법, 다음과 같습니다.

플라스틱 용품 적게 쓰기

바닷속을 촬영한 짧은 영상이 반복 재생하는 기사를 얼마 전 읽었습니다. 어두운 밤하늘 조용히 쌓이는 하얀 눈처럼, 짙고 고요한 바닷속에 내리는 건 바로 미세 플라스틱 조각이었습니다. 매년 천만 톤 이상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버려지고 있다지요. 뉴스에 종종 바다에 떠다니다 해안가로 밀려오는 플라스틱 쓰레기 때문에 골치를 겪는 어촌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런데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표면에 떠 있는 쓰레기는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의 겨우 1퍼센트밖에 안된다고 합니다. 바닷물 속에 떠다니는 미세 플라스틱이 바닷물 위에 떠있는 양보다 일만 배 이상 된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되었습니다. 어제, 그리고 오늘 우리가 편하게 사용한 1회용 배달음식 용기, 마스크, 과자와 라면 봉지, 플라스틱 음료수 병 같은 플라스틱 제품들이 땅에, 그리고 바다에 쌓이고 있는 거지요.

As long as there has been marine life, there has been marine snow — a ceaseless drizzle of death and waste sinking from the surface into the depths of the sea. 바다 생물이 존재하는 곳에는 어김없이 눈이 내린다. 바다 표면에서 바닷속 깊이 끊임없이 내려앉는 죽음과 쓰레기 조각이다 Sabrina Imbler, New York Times, In the Ocean, It's Snowing Microplastic (April 3, 2022)

플라스틱이 분해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00년이라는데 이제까지 제가 사용한 플라스틱 쓰레기를 생각하면 아마 동산 하나는 땅 아래, 또 하나는 바다 아래 쌓고도 남았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쓰고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는 미세 플라스틱으로 쪼개져 바닷속 플랑크톤이, 물고기와 오징어와 조개가 먹고 다시 제 몸에 축적되겠지요.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별생각 없이 쓰고 있는 플라스틱 용품들에 죄의식이 듭니다. 저희 집에서 가장 많이 나오던 플라스틱 쓰레기 중 하나가 바로 플라스틱 음료병, 그래서 필터를 갈아끼는 정수 제품을 이용해 물을 먹는 것으로 바꿨습니다. 운동하고 종종 사 마시던 이온음료 대신 이온음료 가루를 대용량 제품으로 구매해서 집에서 타 먹고 있습니다. 제가 또 하나 자주 쓰던 것이 바로 플라스틱 지퍼백입니다. 간식도 나눠 가지고 다니고 냉장고에 음식 보관할 때도 쓰고 여행 다닐 때 속옷이나 양말, 화장품도 넣어 보관해 다녔지요. 음식 보관용은 유리 밀폐용기로 바꾸거나 파스타 소스나 중국 소스를 먹고 생기는 유리병을 재활용해 보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노력해도 1회 용품, 플라스틱 용품을 생활에서 아주 없애지 못하고 있습니다. 귀여워서, 깜찍해서 샀던 귀걸이와 목걸이, 책상 위 장신구와 기념품처럼 이미 가지고 있는 플라스틱 용품은 오래오래 조심히 써서 앞으로 생기는 쓰레기양이라도 줄이겠노라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