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때 온 가족이 둘러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동생의 회사얘기를 듣게 되었다.

평소 자신에게 살갑고 다정하게 굴었던 1년차 동료와 전화를 끊고, 옆자리 신입이 궁금하다는듯이 물었다고 한다.

'대리님, 방금 누구랑 통화하셨어요?'

'아, ***님이요.'

'그 사람이 식사했냐는 말도 할 줄 알아요? 저한테는 항상 쌀쌀맞게 굴던데.'

알고보니, 동생과 통화했던 그 동료는 직급이나 상대에 따라 태도가 많이 달라지는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물론 회사 내에서 누군가가 누군가를 얕잡아보고 무시하는 것은 개개인의 가치관이나 인성과 관련되어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회사 문화'와도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초년생 시절을 되돌아보면, 실제로 나도 내 상사가 무시하고 얕잡아 봤던 사람을 알게 모르게 쉽게 생각했었고 상사가 어려워 하고 존중했던 사람을 함께 어려워 하고 존중해 줬으니까 말이다.

지금 회사에서는 내가 무시당한다고 느낀 적도, 내가 쉽고 만만하게 보는 대상도 없다. 구성원은 20년차가넘는 시니어 분들부터 인턴까지다양한데도 말이다.

모두가 언제든지 업무를 요청해도 된다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지만, 동시에 그들을 존중하고 그들에게 방해가 되면 안된다는 생각이 있다.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대표님과 창립자분들의 자세에서 내가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어떻게 이런 문화가 만들어 졌고 내가 이런 문화에 녹아든 걸까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아래 세 가지가가장 컸던 것 같다.


  1. 업무시간을 방해하지 말아라

    대표님은 본인의 시간을 침범받는 것을 상당히 안좋아하신다. 때문에 서로를 존중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선호하시는데, 내가 느낀 대표님의 커뮤니케이션 수단별 선호도는 다음과 같다.

    <aside> 📧 이메일 : 🧡🧡🧡🧡🧡 , (물론 실제론 슬랙을 가장 많이 사용하시지만) 가장 선호하시는 수단이다. 히스토리관리에도 편리하고, 상대의 업무집중시간을 방해하지 않으며 상대가 원하는 시간에 열람하여 답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aside>

    <aside> 💬 메신저 : 🧡🧡🧡🧡🤍 , 빠른시간 내의 답변을 요하는 방법이지만 동시에 가장 무난하고 빠르고 가벼운 대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아카이빙이 어렵다는 문제에서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시는데, 그럴경우 노션이나 이메일을 함께 이용하신다.

    </aside>

    <aside> 📞 전화 : 🧡🧡🤍🤍🤍 ,가장 기피하는 수단인데 그 이유는 수신자보다 발신자 중심적인 수단이라 생각하시기 때문이다. 받는사람이 지금 통화가 가능한지, 갑작스럽게 수신자의 집중력을 깨는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고 전화를 거는 사람이 본인이 편한 시간에 불쑥 연락을 하는 것이고, 바로 받아야 한다는 특수성때문에 가장 선호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aside>

    생각해보니 같은 이유로, 나도 전화가 오는 것을 보고도 못 본척 한 적이 몇 번 있다.(물론 사적인 전화인 경우에)

    이렇듯 자신이 싫어하는 행위는 타인에게도 하지 않는 것, 그리고 자신이 존중받길 바라는 만큼 동료들의 시간도 존중해주시는 대표님의 행동방식은 동료들에게 불쑥불쑥 업무를 요청하거나 찾아가서 질문이나 그들의 집중을 깨는 행동을 하기 전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