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마케터스란 제목을 보고 피식 한 번, 뒷 표지에 적힌 '회사원 자영업자 크리에이터 스타트업 사장님 대표님, 불리는 이름은 다 달라도 마케터의 시선을 가져야만 생존할 수 있는 환경' 이라는 문구에 홀린 듯 구매했다.
일상이 마케팅이라 생각하는 one of Homo Marketers 로서 나만의 관점으로 보고 듣고 생각하는 폭을 더 넓혀야겠다고 다짐하던 찰나, 삶의 구석구석을 통찰한 사례들을 일기처럼 서술한 이 책을 만나게 되어 다행이다.
사실 이 책의 80%는 마케팅 관련 인사이트였지만 나는 마지막 장에 수록된 브랜딩 관련한 이야기가 더 눈에 들어왔다. 3년이 지난 책이라 마케팅 이슈나 트렌드가 철이 조금 지나서인지, 요즘 고민하는 것이 브랜딩 관련한 것인지 어쨌건 좋은 내용들, 다시 한 번 더 마음에 새길 문장들!
정체성은 내가 어떤 행동을 하였다는 현상이 아니다. 그 기업이 가진 정체성이 정해지면 그 기업이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도 소비자는 그 정체성에 기반하여 상품이나 서비스를 해석하고 평가한다. 그래서 어떤 정체성을 가지냐가 소비자와의 관계를 규정짓는 가장 주요한 키워드가 되는 것이다.
브랜드가 정체성이란 의미를 가진 것은 이미 브랜드란 것이 세상에 태어난 때부터였다. 브랜드에게 정체성이란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묻는 꿈과 같다. **'너는 누군가의 무엇이 되고 싶니?'**라고 소비자가 묻는다면 한마디로 그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정체성인 것이다.
What is your name? → Brand (브랜드 트레이드마크, 로고) What is your dream? → Identity (꿈) Who are you? → Reality (사람으로 치면 형식적인 이름, 고향, 직업 등) What do you look like? → Image (남에게 보이고 싶은 모습의 그림)
지금의 브랜드는 소비의 아이콘으로서 기호를 의미하게 되었다. 여기서 기호는 사물의 기능이 아니라 사물이 지닌 이미지를 의미하고 사람들은 이 이미지를 소비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기호도 점점 진화하면서 브랜드는 소비자의 정체성을 투영하고 브랜드가 가진 정체성과 소비자가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지금의 브랜드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가진 정체성이 소비자의 니즈와 욕망을 투영하고 브랜드와 소비자가 서로 소통하기 때문에 제품이 아니라 계급 혹은 취향 혹은 이미지를 가진 개념에 가깝다. 그래서 브랜드 전략 자체가 비즈니스 전략(소비자의 욕망을 해결하는 것이 비즈니스의 핵심이니까)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제는 브랜드가 개성과 성격을 가지는 사람처럼 Persona가 있는 존재로 만들어져야한다는 뜻이다.
작은 기업이나 스타트업들은 우리 비즈니스 전략이 짜임새가 있는지 상품 서비스로서의 성격 규정과 페르소나를 고려해 보고 이 페르소나가 소비자와의 교감에서 어떤 경험을 선사해줄 것인지 내부적 합의를 먼저 도출하고 이후에 가시적인 것들을 보여줄 수 있는 전문가를 찾아보는 게 순서다. '브랜드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라는 것이다'란 말이 어울리는 시대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