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깊었는데, 잠이 오질 않습니다. 이대로 밤을 보내기엔 못내 아쉬운 모양입니다. 그래서 노트북 앞에 앉아 몇 가지 기억을 끄적입니다. 스쳐 지나가는, 그저 그런 이야깁니다.


며칠 전,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다 나도 모르게 이 말이 나왔습니다.

“ 그 때가 진짜 좋았는데”

친구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금새 맞장구를 치며 시끌벅적해집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들의 대화는 끓어가는 어묵탕처럼 무르익어 갑니다. 누군가는 해운대의 뜨거웠던 여름을, 누군가는 입김을 내뿜으며 열차를 기다리던 그 추운 겨울을 떠올립니다. 그 때의 우리는 서툴렀지만 용감했고, 무모했습니다. 불안과 함께 지새운 밤은 함께라서 두렵지 않았고, 그렇게 우리의 청춘은 계속될 것만 같았습니다. 돌아보면 매분 매초가 영화였습니다.

그러나 얼마의 시간이 지난 뒤, 하나의 흑역사로 시작하여 둘의 연애 이야기로 이어진 대화는 셋의 한숨과 함께 끝이 납니다.

“ 그 땐 진짜 재밌었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사는 게 재미가 없냐. ”

“ 야 분위기 우울하게 하지 말고, 술이나 마셔 ”

서둘러 분위기를 무마하고자 누군가 급히 화제를 돌렸지만, 사실 다들 알고 있었습니다. 과거를 팔아 웃음을 사며 달아올랐던 그날의 술자리는, 차가운 현실로 돌아오는 순간 불이 꺼진 어묵탕처럼 식어버렸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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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밤의 차가운 공기와 마주하며 생각에 잠깁니다.

어렸을 땐 어서 어른이 되고 싶었습니다. 서투른 것이 부끄러웠고, 상처받는 것이 두려웠기에, 얼른 자라서 모든 일에 능숙할 수 있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