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분께 권합니다
새로운 도전이 두려운 당신, 매년 나이 드는 게 야속하고 두려운 당신, 내가 이거 할 짬밥인가 고민인 당신,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는 것 같아 속상한 당신, 기술이 너무 빨리 변해서 쫓아가기 힘든 당신,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를 어디에 쓸지 고민인 당신, 그림이 고픈 당신, 디지털 드로잉에 관심 있는 당신, 예술가는 코로나 시국에 뭐 하며 지내는지 궁금한 당신, 매일 그림 그리는 게 무슨 의미인가 싶은 당신께 권합니다.
오늘 저의 글을 3 문장으로 요약하면...
생존 작가 중 가장 비싼 그림을 그린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 84살의 나이에도 그림을 그린다
새로운 기술을 즐거워하며 아이폰으로, 아이패드로 줄기차게 그림을 그린다
코로나 시국 때는 집콕하면서 매일 집에서 그림을 그렸다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 아마 그림을 좋아하시는 분들, 특히 현대 회화에 관심 있으신 분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입니다. 제가 처음 데이비드 호크니 화가를 알게 된 건 친구가 컴퓨터 바탕화면에 깔아놓은 그림 한 편 때문입니다. 구름 한 점 없는 청량한 하늘 아래 두 그루의 키 큰 야자수, 그리고 1970년대 스타일의 모던한 주택 앞에 시원스레 펼쳐진 수영장이 보입니다. 사람은 보이지 않지만 수영장 위 다이빙 대에서 막 사람이 뛰어내린 듯, 큰 물줄기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하얀 물줄기가 보는 눈이 시릴 듯 잔잔한 수영장 물과 묘한 대조를 보이는 그림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이 그림은 데이비드 호크니가 1967년에 그린 대표작, 더 큰 첨벙(A Bigger Splash)였습니다.
그 그림이 꽤나 인상적이었나 봅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저도 데이비드 호크니가 그린 수영장 시리즈 그림을 제 회사 컴퓨터 바탕화면으로 썼었지요. 그런데 수영장 시리즈 그림 중 하나인 ‘예술가의 초상 - 두 사람이 있는 수영장 (Portrait of an Artist - Pool with Two Figures)’이 2018년 11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9,030만 달라, 한화로 약 1,018억 원에 팔리면서 데이비드 호크니가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졌습니다. ‘현대 미술의 전설’ 혹은 ‘현존하는 가장 비싼 작가’라는 별명과 함께 말이죠.

그렇지만 제게는 비싼 그림 가격보다도 데이비드 호크니 화가의 계속되는 예술 활동이 더 관심이 갑니다. 호크니 할아버지(올해 나이로 84살이시니 할아버지라 불러도 되겠지요)는 새로운 기술과 도구가 소개될 때마다 시도하고 사용하는데 두려움이 없으시기 때문입니다. 꼭 아이들이 새 장난감을 선물받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죠. 게다가 해가 바뀔수록 더 힘 있고 거침없는 그림을 선보이시는 것도 좋습니다. 저는 1960년, 그리고 1970년 대 그리신 수영장 그림 시리즈도 좋지만 2000년 대 이후 그리신 그림을 특히 좋아합니다. 대담한 구도와 허를 찌르는 빛나는 색깔, 그리고 선택과 집중이 보여주는 명쾌한 그림체를 보노라면 눈과 마음이 시원해지는 것 같거든요.
문득 생각나 요즘은 어떻게 지내시나 궁금하여 호크니 할아버지의 안부를 찾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요즘도 그림 그리시느라 매우 바쁘신 듯합니다. 지난 2년, 코로나 시국으로 나라와 도시가 봉쇄되고 우리들은 집 밖에 나가는 것조차 어려웠습니다. 그 와중에도 호크니 할아버지는 그림을 그리셨습니다, 그것도 아이패드로요. 2010년부터 아이패드로 그림을 종종 그리시긴 했지만 호크니 할아버지의 작품과 관련 활동을 찾아보노라니 어쩐지 한 소리 크게 듣는 것 같습니다. 나이 탓, 도구 탓, 환경 탓하지 말고 할 일을 하라고 말입니다. 84살의 노화가인 나도 이렇게 아이패드 가지고 코로나 때문에 격리된 상황에서도 매일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말입니다.
그 가르침을 마음 깊이 새기면서 오늘은 호크니 할아버지의 아이패드 그림을, 그리고 내일은 할아버지 그림을 보며 깨달은 삶의 자세를 나누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