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사용설명서 -사회생활-

중년이 되면서 느낀 여러가지 것들(감정,신체,사회생활)을 글감으로 완성하기 위해 뭔가 아이디어를 버무려야 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우선 재미날 것 같은 아이템 하나로 중년을 맞이한 아빠? 아재들의 삶을 살짝 들여다 보려한다.

지금 내가 주로 이용하는 SNS는 페이스북, 인스타 정도가 되겠다. 어린것들이 sns잘 못 쓴다고 핀잔을 주긴 하지만(사실 인스타나 페북의 스토리 같은건 용도를 잘 모른다) 사실 우리는 니네들 태어나기 전에 이미 도토리 코인으로 음악도 사고 아이템도 사서 내 홈피도 꾸미고 음악도 걸었으며 갬성과 허세 가득한 글로 젊음을 표현했다. 너와 나의 1촌은 찐 친임을 인증하는 도구이기도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시절을 지나 중년이 된 지금 그나마 페이스북이라도 열심히 따라가려한다. 인스타는 사진을 올리니 페이스북에도 따라 올라간다?(좋다) 여튼 그 두 곳을 왔다갔다 하면서 친절하게 추천해 주시는 친구 목록들에 낯익은 얼굴들이 가끔 나온다. 회사 부장님, 실장님 님님 들(사실 우리 회사는 직책 안씁니다, 바로 이름 씁니다. 스물 너댓 된 친구들도 찐한님 이거 언제까지 주실건가요? 라면서 두눈 똑바로 뜨고 ....) 이름이 뜬다.

한 번쯤은 그 분들 프사를 유심히 보셨을거다. 사회초년생들의 프사는 대부분 멋진 자신의 뒷태?나 연인들 사진, 한껏 멋을 부린포즈의 어반스타일 모델 프로필 같은 사진 등등 보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부장님 사진은 필드에서 친구들이랑 어깨동무를 하고 찍은 사진, 혹은 등산가서 **봉이라 적힌 돌을 안고 활짝 웃는 사진이 주된 패턴이다. (굳이 검색하지 않으셔도 딱 그려지는?.)

(사실 그 차장님 부장님 사진이 당신의 아버지 프사일 수 있습니다. 아버지 프로필 사진 뭔지 기억하세요??)

사실 저도 그런 생각을 했죠. 왜 중년의 아저씨들 프사는 필드 아니면 산인가?(간혹 생선 들고 활짝 웃는 사진도 있긴 합니다만.) 궁금했었습니다. 저리 취미들이 없나? 사는게 저리 다 똑 같나?라는 생각을 했었죠..

그런데 그렇게 나도 중년이 되(어버렸)다(현재진행형).(사실 여기서 부터 본격적인 글의 시작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고 사진에 더욱 흥미가 생겼다. (한창 필름카메라에 빠져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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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 까진 주로 아내와 풍경이 주 대상이었다면 결혼 후 부터는 그 모델이 아내의 불룩한 배며 출산 전후 아이의 육아로 이어졌다. 첫째 아이가 커 갈때 즈음 DSLR을 사서 화보 같은 사진을 찍어봤다. 무거운 삼각대와 스트로보도 장만해서 나름 예쁜 사진들을 제법 건져놨다. 그런데 둘째가 생겼다. 짐이 두배로 늘었다. 무거운 DSLR은 부담스러워 지고 똑딱이를 들였다. 그렇게 사진을 또 이어갔다. 셋째가 등장했다. 아이폰이 등장했다. 모든 사진은 아이폰이 전담한다.

그때까지 나의 프로필사진은 죄다 아이들이었다. 뛰어놀고 먹고 웃고 우는 아이들의 모습들 말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사진 찍을 일이 점점 줄어든다는 사실을 아는가? 유치원때 까지는 그럭저럭 좇아다니며 강제로 사진을 찍었지만 초등학교 입학을 정점으로 그 빈도가 줄어든다. 같이 모여 밥 먹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같이 여행을 가는 일도 학교에 학원스케쥴 때문에 쉽지 않다.... 그래서 가족 모두 모여 사진 찍을 일이 거의 없다. 가족 각자 자신의 사회?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렇게 중년이 되고 나니 나의 시간을 찾는다. 취미를 하나 가져봐야겠다 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딱히 무엇을 할 지 모른다. 만만한게 등산, 골프 같은 운동, 그렇게 주변 지인이나 동료들을 따라 필드로 나선다. 또는 산으로 오른다. 그 때 부터 나는 사진가가 아닌 모델이 된다. 그제서야 내 휴대폰 속에 내 얼굴이 등장하는 것이다.😭 그 전까지 내 휴대폰 속에 내 사진은 없었다. 휴대폰 주인은 분명 난데 내 사진이 없는 시간이 수~우년간 이어져왔던 시간이 끝이 나는 것이다.

그렇게 모델이 되고 나니 그제서야 내sns 프로필을 바꿔본다. 아직 바꾸지 않았던 막내 아기때 사진, 여행이나 출장 가서 찍었던 멋진 풍경사진을 내리고 드디어 멋진 내 모습을 프로필로 넣는 것이다. 어느날 보니 내 프로필 사진이 예전 그 차장님 부장님 스타일로 멋지게 바뀌어 있단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 그래서 다른 사진으로 바꿔 보려 했지만 내 얼굴이 나온 사진은 찾을 수가 없다. 필드 아니면 산, 그 외에 내 얼굴이 나오는 사진은 찾아볼 수 없다.

이제 알겠는가? 우리 차장님 부장님 프로필 사진이 왜 초록필드와 산 정상이 주 무대가 되는가를? 내 얼굴 나온 사진이 그나마 필드와 산 정상이다. 오롯이 나를 위한 나만의 시간과 유희 그 행복한 순간들을 프로필로 남기고 싶지 않겠는가? 그간 잊고 있었던 친구와 동료들과의 한때, 그 한 때를 추억하는 아재들의 마음을 나는 이해할 수 있다.

이 프로필은 치열한 경쟁과 스트레스를 겪고 불안한 사회 초년기를 잘 버티어 낸 중년 아재들만이 올릴 수 있는 자랑스러운 사진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