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더운 여름, 요즘도 즐겨 신고있는 신발과 즐겨입는 원피스를 입고 졸업했다.

2021년 8월 무진장 더운 오늘, 짧았던 머리가 그때보다 많이 길었다.

취직해야지. 돈 벌어야지.

졸업장을 책장에 꽂고나서 내가 해야하는 건 돈 버는거 밖에 없는 줄 알고 급한 마음에 디자인을 배우기 시작했다. 배우면 어디에라도 도움이 되겠지 - 라고 시작하고 딱 3개월 뒤에 후회했다. 하지만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이었고, 그럼 남은걸 더 잘해내는 방법 밖에는 없었다. 그래서 결국 소신껏 마무리를 지었고,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났다. 진짜 졸업한지 1년이 되었다.

대학생, 직장인, 직업을 선택하라는 문구 앞에 나는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다. 대학생이었지만 이제는 아니고, 직장인이 될 테지만 아직은 아닌데. 마우스 커서를 아주 조금씩 이동하며 선택을 망설였다.

나는 지금 그 사이쯤 어디에있다.

1년이다. 그렇게 다사다난한 일이 겨우 1년 만에 일어났다니. 나는 계속 움직였을 뿐인데. 누군가는 대단하게 여기지 않을만한 일도 나에게는 대단한 일이 되었다. 모르던 사람들을 알게되었고, 모두 나의 결핍과 불안에서 시작했다. 내가 움직일 수 있었던 원동력.

누가 언젠가 그랬지.

'무언가' 망설여지고 불안할 때 그 '무언가'를 해보라고. 변화와 성장은 언제나 한계점에서 온다고. 지금이 딱 그런 시기다. 아니다 ㅋㅋ 어쩌면 인생은 매번 그런 시기다. 그 누구도 옳은 길이라고 말할 수 없는 길 위에서 걷고있는 기분. 나조차도 확신할 수 없는 길에서 한 발자국 앞으로 걷는 행위에만 집중하고 있다. 고개를 들면 어딘지도 모를 목표가 아주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냥 내 앞만 보고 집중하다보니 누가 옆에서 툭툭친다.

이거 해볼래?

그게 나 스스로일때도 있고, 어느 강연의 연사일때도 있고, 얼굴도 본적없는 인스타그램 친구일때도 있고. 근데 그걸 하나씩 해봤다. 그냥 할 바에는 하지말자싶었다. 시간낭비다. 하기로 마음먹은건 시간을 조금 더 들이더라도 진심으로 했다. 그리고 기록으로 남겼다. 그 진심이 필요한 사람들이 주변에 모였다.

블로그 이름을 진심으로, 닉네임을 심진으로 짓길 잘했다는 생각이 언제들었냐면. 친구가 "너 왜 닉네임이 심진이야?" 라고 궁금해할 때. "심진쓰 생각나네요~" 하면서 진심이 담긴 콘텐츠에 태그할 때. 현실의 나를 알고있는 친구들이 내가 내보낸 메세지를 기억하고, 그것들을 느끼고 있는걸 볼 때. 나를 심진으로 알기 시작한 사람이 아니라, 곽한나로 알고 시작한 사람들이 진심을 봐줄 때 정말 기뻤다. 내가 되고싶었던 사람이 되고있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