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 달리기와 자유 달리기>

어느덧 68일차

10km를 뛸 생각이 없었는데 평소 페이스보다 1분 10초 정도 천천히 뛰다 보니 잡 생각이 많아졌다. 달리기를 하는 이유가 생각을 멈춰두기 위해서였는데, 생각을 이리 많이 했다니 어리석게 느껴진다.

달리기를 할 때 내가 뛰는 루트는 두 가지다. 하나는 트랙 달리기 또 하나는 발 가는 대로 달리기. 두 가지 방식을 번갈아가면서 뛰는데, 그 이유는 첫째로 트랙이 장거리가 되면 지루하게 느껴지기 때문이고 둘째로 보도블럭 상태에 따라 몸에 오는 스트레스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두 가지 방식을 채택하며 뛰다 보니 트랙에서 뛰는 건 지역에서 성장하는 느낌이었고, 루트를 만들어서 뛰는 건 수도권에서 성장하는 느낌이 들었다.

트랙은 내가 볼 수 있는 환경이 정해져있다. 라인도 명확히 그려져있으며 라인에 따라 사람들이 달린다. 트랙에서 바뀌는 건 사람 뿐이다. 사람들이 들어가고 나가고를 반복한다.

한 발 떨어져 트랙 밖에서 바라보면 잘 뛰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보이긴 하지만 트랙 안에 들어가면 잘 분간이 안 된다. 누가 몇 바퀴를 뛰고 있는지 모르고 페이스를 조절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트랙에 발을 들이는 순간 뛰거나, 걷거나 어쨌든 무조건 움직여야 한다. 트랙 가운데 서 있는 건 말도 안되는 행위니까.

라인을 따라 뛰다보면 앞 사람을 앞지르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또는 나랑 비슷하게 뛰는 사람을 페이스 메이커로 잡아 뛰게 된다. 나름의 롤모델을 잡게 되는 일이다. 나 또는 타인이 얼만큼 뛰었는지는 오직 본인만 안다. 이 사람이 트랙에 들어온지 얼마 안되서 잘 뛰는 건지, 원래 잘 뛰는 사람인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아는 일이다.

시야에 바뀌어 보이는 것은 오직 사람뿐이니 사람을 따라가게 된다. 그 사람 라인을 타거나, 나에게는 맞지 않는 사람의 페이스를 쫓아가게 된다. 자기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그렇진 않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현저히 높아지는 곳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