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훈 셰프의 한우 스테이크> - 라망, 네이버 포스트
우리의 삶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을 꼽자면, 의식주가 거기에 해당할 것이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의복을 입는 것 의(衣), 여름에는 시원하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어딘가에 안식처를 두고 몸을 눕는 주(住), 매일매일 3끼를 먹어야하는 식(食) 중에서 가장 가까운 것은 아마도 식일 것이다. 인간이라면 모두가 평등하게 먹어야하는 음식은, 조금은 지루한 일상속에서 새로운 활력소이자 즐거움이 될 수 있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을 요리사라고 한다. 영어로는 cook, chef라고 한다. 둘의 차이는 직접 창작을 하냐 안하냐의 수준이다. 그러나 둘다 먹는 이에게 즐거움을 준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음식을 만드는 일은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렵다. 집에서 라면을 하나 끓여도 요리사가 될 수 있고, 며칠을 밤새 스테이크를 만들어내도 요리사이다.
최근에는 요리사들의 문화계 진출이 익숙하다. 쉐프테이너(cheftainer)라는 개념이 등장한 지는 벌써 5-6년이 지났다. 에드워드 권, 강레오, 최현석, 오세득 등등, 유명 쉐프를 TV 예능과 유튜브에서 더 쉽게 만나볼 수 있게된 세상이다. 그들이 식당 밖으로 나오게 된 복잡한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파인다이닝의 마진구조, 요식업계의 지독한 노무관계 등등). 오늘은 이제는 익숙한 쉐프들의 본 모습, 그들의 철학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전설적인 영국의 요리사, 마르코 피에르 화이트Marco Pierre White의 젊은 모습>
헬스키친, 카스양놈으로 유명한 고든 램지도 과거 수셰프(Sous Chef - 프랑스어로 '요리사의 아랫사람', 주방의 2인자)로 활동했던 적이 있다. 바로 영국의 전설적인 요리사, 마르코 피에르 화이트(이하 마르코)의 밑에서 말이다. 마르코는 영국 출생으로 이탈리아계 영국인이다. 그는 고등학교를 조퇴하고 성 조지 호텔에서 요리사를 시작했는데, 얼마못가 여러 레스토랑을 방황했다.
그가 열 여섯이 되던 해, 7.36파운드, 책, 그리고 옷가지를 들고 무작정 런던으로 상경했다. 그리고 알버트 루, 레이몬드 블랑, 피에르 코프만의 아래에서 요리를 배운다. 요리를 시작한 지 10년이 되던 해, 마르코의 자신의 레스토랑을 런던에 연다. 그리고 2년 후, 영국 최연소로 미슐랭 1스타를 받는다. 이 당시 고든램지도 그의 레스토랑에서 일했다.
그가 서른세살이 되던 해, 세계 최연소로 미슐랭 3스타를 받는다. 그의 레스토랑에서 일했던 사람들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셰프로 발돋움했으며, 그의 요리는 미식가들과 사람들을 즐겁게 했다. 무일푼으로 런던에 입성한 소년은 삼십대의 초반에 요리사의 정점을 찍었다.
<그의 첫 레스토랑 Harvey's에서 함께 일했던 고든 램지>
영국 요리계를 변화시킨 마르코는 2009년 불현듯 미슐랭 스타를 반납하고, 떠난다. 그는 이후 주방을 떠나버렸기에, 쉐프라고 불리기를 거부한다. 그가 주방을 떠날 때, 이렇게 말했다.
"나는 평생 미쉐린의 별에 집착했고, 내 요리의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나는 나보다 음식에 대한 지식도, 그리고 실력도 없는 사람들에게 내 영혼을 팔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젠 주방에서 일하지 않는 나에게 더이상 별은 필요치 않다."
그렇게 그는 요리사들이 꿈꾸는 별들을 버렸다. 사람들의 시선을 뒤로한 채,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자 했다. 혹자는 그가 미슐랭 3스타를 통해서 파인 다이닝에서 승리했기에, 더는 지는 싸움을 하지 않으려 떠났다는 말도 있다(미슐랭을 비롯해 여러 요리 가이드들은 스타를 얻는 것보다, 유지하는 것이 훨씬 힘들다). 또 혹자는 정점을 찍었기에, 돈을 벌고자 영리한 마케팅을 사용했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어느쪽이든, 그가 가지고 있는 포기했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주방을 떠난 그는 Knorr 라는 식품회사와 일을 하기 시작했다. 파인 다이닝에 머물렀던 전설적인 쉐프는 음식이 주는 즐거움을 위해서는 조미료를 사용해도 좋다는 말을 했다. 누구나 쉽게 음식에서 즐거움을 가질 수 있도록 조미료정도는 사용해도 좋다는 것이다. 여담으로 Knorr는 국내에서는 그렇게 인지도가 있는 회사는 아닌데, B2C보다는 B2B, 식당과 업장에서 사용하는 조미료 회사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의 요리 철학은 굉장히 단순하고 심플하다. 요리는 싱싱한 재료, 알맞은 조리법, 그리고 정성이면 충분하다. 그리고 맛있게, 즐거워야 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가정이라면 맛을 위해서 조미료를 사용해도 좋고, 정말 요리 실력이 부족하다면 사먹어도 좋다. 결국 음식은 맛이고, 즐거워야 한다. 음식은 눈속임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르코는 음식에서 마음을 중요시 하는 편이다. 실제로 자신의 요리 철학은 단순함과 집중이라고 말한다. 싱싱한 재료를 준비하고, 복잡하지 않은 단순한 조리를 선호한다. 그리고 요리를 하는 동안에는 온 정신을 그곳에 쏟는다. 그가 방송에서 요리할 때, 방해된다고 카메라맨을 위협한 적도 있었고, 항의하러 온 손님에게 나가라고 단호하게 말한 적도 많다.
<Knorr사와 함께 촬영한 레시피 영상>
결국 음식은 맛이고, 정성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과정과 결과가 즐거워야한다. 작은 즐거움이 이어지면 큰 즐거움이 되고, 그것은 더 큰 변화를 가져다 준다. 핵심은 단순하다. 음식은 맛을 통해 즐거움을 주는 것이고, 음악은 음을 통해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사업은 서비스와 제품을 통해 즐거움을 주는 것이고, 국가는 다양한 방식을 통해 국민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대가들은 항상 이야기한다. 본질은 단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