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하는 말이 있다. '몸은 늙었어도 마음만은 청춘이다' 라고 말이다.
몇달 전, 어린날의 첫사랑을 70대가 되어 다시 만났다.
70대가 되어 만나서도 귀엽다는 말에 설레고, 스킨십은 여전히 부끄럽고, 다른 이성과 친하게 지내면 질투가 나는건 여전하다.
문득 "나랑 여행가자" 한 마디에 들떠 여행가방을 챙기려는데, 나이가 드니 뭐이리 신경쓸 게 많은지.
요실금때문에 1시간에 한 번씩 갈아야 하는 기저귀가 여행가방의 절반을 차지하고, 하루라도 거르면 찝찝한 각종 영양제와 약들이 한바구니다. 젊었을 땐 그저 예뻐보이려고 둘렀던 스카프를 지금은 쪼글쪼글해진 목주름을 가리려 애써 둘러본다.
그래도 좋은건 여전히 나를 여자처럼 대해주는 그와, 여유가 넘치는 그가 몰고온 오픈카.
젊은시절엔 고생만 하느라 꿈도 못꿔본 내가 쭉 뻗은 도로위를 바람을 즐기며 달리는데 어디선가 가루가 날아와 내 시야를 방해하고 피부에 들러붙는다.
'이게 뭐지?'
꽃가루인가 싶어 얼굴을 만져보니 까만 가루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