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de> 📚 @content.st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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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의 물결을 찾아서

프리다이빙 자격증을 따겠다며 아시아 최저수심(26m)이라는 잠수풀 K26을 찾은 적이 있다. 수영을 못해도 충분히 프리다이빙을 배울 수 있다고 해서 거기까지 갔는데, 물에서 몸을 움직이는 게 익숙하지 않아 헤매다가 결국 자격증은 못 땄다. 수영을 아예 하지 못하는 나는, 물이라는 환경 자체가 낯설어서 과감하게 움직이기 어려웠다. 우선은 몸이 물과 친해지는 것부터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수영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 때, 비장한 표정으로 수모 위에 수경을 올려쓴 사람의 모습이 담긴 표지에 이끌려 이 책을 읽게 되었다.

10년 가까이 물을 두려워하던 저자는 ‘나는 수영을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배울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의 전환에서 수영장 생활을 시작한다. 현재의 상태가 아니라 가능성에 더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나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진다는 걸 알게되었다. 아예 해보지 않았다면 배우면 되는 것이고, 지금 못한다면 더 나아질 수 있는 것이다. 이하늬가 유튜브에서 “나이를 이렇게 먹었는데 아직도 처음인 게 있다니 너무 좋아!” 외치던 장면이 생각났다. 처음일 수 있는 영역이 존재한다는 건,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 설레고 멋진 일이다.

수영장에서 관찰하고 경험한 것들이 글에 담겨있다. 수영장이라는 공간에서 오늘의 내가 어제의 나를 꾸준히 이어나가며 생활의 물결이 탄생한다. 물결은 평평한 직선이 아니라 위아래로 일렁거리는 곡선이다. 어떤 날은 곡선의 높은 지점으로 떠올랐다가 어떤 날은 낮은 지점으로 가라앉지만, 이 날들을 반복하며 이어야 내 생활의 물결이 된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늘 높은 지점에만 있고 싶었던 마음을 더 가볍게 내려놓게 되었다. 나는 멈추지 않고 물결을 만들어야 하니까.

✍🏻 밑줄 그은 문장들

<aside> ✍🏻 10여 년을 두려워만 하다가 얼마 전, 나는 문득 내 자신에게 ‘나는 수영을 못하는 사람이야'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나는 이 선입견의 문장을 다듬기 시작했다. ‘수영을 못하는’을 “수영을 할 줄 모르는”으로. ‘할 줄 모르는’을 “배울 수 있는”으로. 선입견은 다듬어져서 ‘나는 수영을 배울 수 있는 사람이야.’라는 자존감으로 바뀌었다.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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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de> ✍🏻 오늘은 어제 배웠던 킥판 잡고 발 차면서 호흡하기를 했다. 동기 아주머니도 나도 이 타이밍이 맞는지 아닌지를 몰라하고 있는데, 아주머니가 “쌤한테 물어볼까요?”라고 제안했다. 우리는 강사님께 우리의 자세를 봐달라고 요청하고 킥판 잡고 발 차면서 호흡하기를 했다. 강사님은 미적지근한 표정으로 두 번을 더 주문한 후, 한 마디 했다. “방금 동작이 딱딱 맞았어요. 그렇게 하는 거예요!” 자세가 잡히기까지는 여러 과정이 있겠지만, 배웠던 방법대로 알맞게 적용을 했는지 확인받는 일도 그 과정에 포함할 수 있겠다. <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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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de> ✍🏻 수영의 자세는 아니지만, 나도 나의 자세를 확인받는 일에 익숙하다. 글을 완성해나갈 때 맞춤법 검사기를 활용한다. 그러나 검사기로 맞춤법이 다 맞춰지는 것은 아니다. 건강검진이 병 자체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치료할 수 있는 부위를 탐색하는 것처럼, 맞춤법 검사기는 글자의 건강검진이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검진을 함으로써 나의 글 건강을 확인함은 물론이고, 내 글을 애호해주는 사람들을 헷갈리지 않게 할 수 있다. 건강을 관리하는 방법은 글이나 몸이나 비슷하다. 두 가지 모두 모범 답안은 꾸준함이다. <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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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de> ✍🏻 더 빨리, 더 멀리, 더 높이, 더 넓게. 대부분의 것들을 이런 식으로 배워오지는 않았나 돌아보게 된다. 왜 빨라져야 하고, 왜 멀리 가야 하고, 왜 높아져야 하고 왜 넓어져야 하는지. 이유가 있나? 세상이 정해준 이유 말고, 내가 직접 만든 이유 말이다. 다시 새긴다. 나는 100m를 몇 초 만에 가려고 수영장에 온 게 아니다. 나는 물에 뜨기 위해서, 나아가 물에서도 움직여보고 싶어서 수영장에 온 것이다. 절대 이 사실을 잊지 않도록. 이상! <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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