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태풍이라는 '힌남노'는 반도의 끝자락, 경상남도 쪽에 큰 피해를 주었다. 피해를 가장 심하게 본 포항과 경주에는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되었다. 막대한 피해 규모, 주민들의 불편성 등을 바탕으로 예비비 500억 원을 긴급 편성해 복구에 투입하기로 했다. 여당과 정부는 추가 특별재난지역 선포와 특별 교부금 등 신속한 피해 복구를 위한 지원방안을 논의한다 밝혔다.

힌남노의 영향으로 경북 포항시 남구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 침수되었다. 지하주차장이 만수 되는데 걸린 시간은 단 8분이었다. 지하주차장에는 100대가 넘는 차량이 있었는데, 빠져나온 차량이 14대뿐이었다. 미쳐 빠져나오지 못한 이들은 구조가 되기만을 기다렸다.

침수된 지하주차장에서 14시간을 버틴 30대 남성은 첫 번째 생존자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50대 여성이 들것에 실려 구조되었다. 하지만 무심하게도 기적은 더 이상 이뤄지지 않았다. 엄마를 따라 같이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던 중학생 2학년 아들은 나오지 못했다. 엄마는 '너라도 살아야 한다'라며 안쪽으로 보냈는데, 그게 마지막이었다. 아들은 무엇이라도 예견한 듯, '잘 키워줘서 고마워요'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건넸다.

계속 눈물이 났다. 그저 사실을 전달하고 있는, 뉴스기사고 영상이었는데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어버이날에 카네이션 한 송이를 건네주며 들었을, '잘 키워줘서 고마워요'가 나는 이렇게 슬픈 말인 줄 몰랐다. 아들을 두고, 먼저 살아 돌아온 엄마의 심정은 누가 달래줄 수 있을까.


이번 태풍은 이전 태풍인 매미처럼 큰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기사가 많았다. 태풍의 풍속 별 피해 정도가 몇인지, 그동안 피해를 막심하게 가져다준 태풍의 피해 액수, 사망자 수는 무엇인지 비교하는 기사도 많았다. 그만큼 많이 대비한다는 말이었다.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의 재난 상황은 사망이 있거나 꽤나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뉴스거리가 되지도 않고 회자되지도 않는다. 2022년 8월 기준으로 인구 절반(2608만 명)이 수도권에 살고 있어, 수도권에 살고 있는 사람의 일부는 대한민국 전부가 수도권에만 사는 줄 안다. 자신이 사는 환경으로 전부를 판단한다.

"얼마 전 수도권 폭우 때문인지 이번에 호들갑이 있었던 것 같다"며 "태풍이 위험한 건 알지만 과장된 경고가 반복되면 경각심을 가져야 할 순간 방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신은 안전했고, 별 일 없었다는 이유로 재난 대비에 대한 경고를 호들갑 취급했다. 누군가 재난에 대한 경고를 호들갑 취급할 때, 수도권 반대편에 위치한 포항, 경주, 부산에서는 태풍에 막심한 피해를 입었다. 나와 내 주변으로만 전체를 판단하는 일은 자신을 좁히는 일이다. 시골 사는 촌놈보다 더 무서운 건 서울 촌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