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잡을 뛰며, 꾸역꾸역 나의 몸과 마음을 갉아먹으며 보낸 5개월. 나는 결국 퇴사를 선택했고, 퇴사 준비를 하고 있다. 돈은 없고, 그 와중에 일도 없으면 불안함에 잠 못 이룰 나를 알기에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 근데 하필 나는 무슨 젠가게임에서 나무 막대기 몇 개 빼서 이상하게 쌓아 올린 듯한 경력과 직군들로 맞는 곳을 찾기가 너무도 힘들다는 걸 깨달았다.
평생을 글을 사랑해서, 글로 밥 벌어 먹자는 신념으로 살았는데 요즘엔 심지어 글자 하나하나 검열받다보니 이렇게 짜증나는 밥벌이가 없다. 그렇게 글을 사랑했는데, 요즘은 글과 권태기를 겪고 있다. 손가락만 움직이면 쓸 수 있는데 손가락을 움직여서 하는 일이라고는 "넷플릭스로 뭘 볼까?" 하고 스크롤 내리는 일 뿐이었다.
그런 내가 정말 이직을 선택하고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왔다. 말도 안 되는 업무를 하다보니 물경력이라는 말도 물경력이라는 단어에 미안할 만큼 나는 경력이 아니라 정말 잡일만 하며, 우울함에 허우적 거리고 있었다. 모두가 똑같은 책상과 똑같은 의자, 똑같은 컴퓨터로 일하는데 나는 그 앞에서 멍- 때리는 시간이 많아졌다.
시킨 업무를 메일로 보냈고, 피드백은 오지 않고, 나는 길을 잃었고, 아주 총체적난국이었다. 마치 내 책상 위에 "왜 아가리로만 할까?" 라는 책을 대표님이 쓴 게 아닐까 하는 착각마저 들게 만들었다.
회사에서 동료들에게 보여지는 게 남들에게 보여지는 것만큼 완벽하지 않다는 걸 나는 재입사를 하고나서야 깨달았다.
그러다, 갑자기 뇌에 무슨 스파크가 튀었는지 대체휴무일에 프리랜서들만 출근하는 회사에 계약직인 나도 출근해서 제일 마지막으로 퇴근하며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준비해 채용도 하지 않는 회사에 무모하고 과감하게 지원을 했다. 돌아온 대답은 "티미팅 한 번 해보시는 거 어떠실까요?" 라는 회신이었다.
물론, 이게 합격 소식은 아니지만 나는 왠지 나의 간절함이 통한 거 같아 괜시리 기뻤다. 다시 한 번 메일 내용을 보면 정말 또라이도 이런 또라이가 없다. 너무나 또라이 같은 메일을 보냈더랬다. 그런 또라이에게 티미팅이라니. 나의 인생은 역시 롤러코스터 다이나믹하다.
심지어, 오늘 현재 나는 이 글을 쓰다가 급 종로여성..어쩌구..센터에서 전화를 받았고, 나의 월급에 대한 실체를 알게 되었다. 이 회사 정말 나를 호구로 생각하고 잡일을 시키고 있었구나. 한 달만 일하고 꿈을 위해 나가겠다고 한 나를 다시 불러줬을 때 거절했어야 했는데, 세상에 나 진짜 세상물정 모르고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았구나.
절이 싫으니, 이제 중이 떠나보겠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았으니, 더 넓은, 더 스마트한 개구리들이 함께 있는 곳으로 떠나겠습니다. 그렇게 나의 미션이직임파서블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