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있는 친구가 9월에 서울에서 있을 건축 비엔날래때문에 한국을 방문한다. 작품에 필요한 재료를 구하는데 도움을 요청해서 돕고 있는 중이다.
진흙 + 모래 + fiber 를 섞어 벽돌을 만드는 것을 구상하고 있길래 “황토”가 갑자기 떠올랐다! 황토 자체의 색이 이뻐서 일반 진흙과는 다른 색감을 낼 수도 있고,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집을 짓는데 사용하기도 하니 로컬 재료를 사용해서 직품을 만들면 더욱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물론, 여러 관련 자료를 보내주었고 친구의 사전 검토가 있었다. 다행히 친구도 흔쾌히 👌🏼싸인을 주었다.)
건축… 사실 아는 것이 거의 없다. 그래서 황토 판매처를 온라인에서 검색해보고 몇군데 전화하여 생황토로 벽돌을 만들 때 사용하는 기본적인 부자재와 물의 배합 등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가장 큰 차이가 있었던 두 곳이 비교되었다.
1️⃣ 번 가게 : 홈페이지가 다른 곳보다 굉장히 깔끔하게 잘 되어있었다. 제품 사진, 소개글, 가격 정보, 용어 등도 찾기 쉽게 보여졌다. (홈페이지만 봤을때는 “여기서 주문하면 되겠다”싶었다) 하지만 직접 통화하자, 사장님께서는 바쁘신듯했다. 대답을 건성건성해주시고, 퉁명스럽게 말씀하셔서 정말 기본적인 정보도 겨우 확인한 채 전화를 서둘러 끊어야했다.
2️⃣ 번 가게 : 홈페이지나 기타 보여지는 자료는 다소 올드했다. 하지만 이 곳 사장님은 상세하게 물과 황토의 비율을 알려주셨을 뿐만 아니라; 높이 쌓아올리려면 황토만 섞으면 무를 수 있으니 백색시멘트를 섞어 단단하기를 조절하면 좋다, 짚은 구하기 어려우니 미리 말하면 준비할 수 있고 5cm간격으로 잘라 벽돌만들 때 섞으면 될거다 등 필요한 정보를 상세히 그리고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사전 조사를 마친 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러곳에서 생산된 황토를 직접 만져볼수도 없었고, 퀄리티가 어떻게 다른지 자세히 알지 못한다. 가격은 비슷하다. 잘 갖춰진 홈페이지, 멋진 사진 등 외적 요소들과 관계없이 결국 제품(황토)에 대한 인상을 주고 고객(나)의 경험을 만든 것은 사람(사장님)이었다. 나의 뇌는 여기저기 알아보고 합리적인 구매를 하려는 듯 했지만 결국 감정이 구매를 결정하는 결정적 요소였던 것이다. 느낌이 좋아서,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서, 편안해서, 친절해서, 다른 곳이랑 달라서 등등.
이렇게 배운다. 결국 무엇을 팔든 멋지고 잘 만든 제품 or 서비스만 가지고는 어렵다(게다가 이 퀄리티라는 것이 요즘은 상향 평준화 되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고객과 첫 만남 뿐만 아니라 모든 접점에서 멋진/색다른/감동적인/따뜻한/등등 경험을 제공해야하는 것임을. 그러기 위해서는 고객을 이해하고 고객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이 1번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