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지트서울을 운영하며 서울에 위치한 전시회들을 리뷰하고 있는데요. 다니다 보니 서울에 새삼 갤러리가 이렇게 많았었구나 체감하는 요즘입니다.

전시를 관람하고 포스터나 도록, 엽서 같은 굿즈를 사는 것도 좋아하는데요. 최근 콰야 <태도에 대하여>를 보고 사간 포스터를 제 방에 붙이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희 엄마는 벽에 뭔가를 붙이고 꾸미고 그런 걸 안 좋아하시고, 포스터를 왜 사는지도 모릅니다. 근데 콰야의 포스터를 보고는 한참을 엄마가 보고 있으시더라고요. 제 방에는 많은 포스터가 붙어있는데 그중에 그 포스터가 엄마의 마음에 들었나 봅니다. 그림이 참 좋더라고, 그림에서 금빛 기운이 난다고요.

그래서 가족들에게 종종 전시회 관람을 함께 하기를 제안했습니다. 사실 가벼운 마음으로 가족들에게 제안했던 전시회 관람이었습니다. 제 생각이 짧았다는 것을 판단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과 그것도 엄마와 함께 관람한다는 건 꽤 책임감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저는 전시회를 갈 때 아무런 사전 조사도 하지 않고 가는데요. 그 이유는 직접 공간을 경험하고, 작품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이 미리 찾아본 정보들에 섞이지 않도록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제가 보는 방식과 엄마가 보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생각했어야 했는데 그 점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가족과 함께 관람하려면 각 그림들과 특징을 설명해 주어야 하더라고요. 라디오 가이드도 충분히 잘 되어있지만 사실 어려운 말이 많기 때문에 제가 한 번 더 풀어서 설명해 줘야 했습니다.

“이 그림은 엄마가 보기에 어때? 가장 맨 앞에 있는 바위는 정말 바위 크기처럼 보이지? 근데 뒤로 가면 갈수록 작아지고 조금씩 흐릿해져. 이걸 원근감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산에 올라가서 풍경을 볼 때도 먼 곳은 흐릿해 보이는 거랑 같아. 오래된 그림인데도 이 시기에도 원근감이라는 걸 조상님들이 알고 있었던 것 같아. 이런 작은 부분들을 관찰하면서 그림을 보면 더 좋아.”

라고 설명해 주어야 하는 거였습니다. 저도 미술사를 전공한 게 아니고 그림에 대한 지식이 없는데도 어떻게 보면 더 좋은지 또 어떻게 느끼면 좋은지를 알려줘야 하죠. 또 어떤 현재의 마음 상태가 어떤지에 따라 그림은 다르게도 보일 수 있어서 사람 인구 수만큼의 감상평이 있으니 자유롭게 관람해도 좋다는 말도 잊지 않아야 합니다.

아직 어른들은 미술관, 전시회라고 하면 어려운 문화, 공부해야만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으시거든요.

이처럼 혼자 전시를 관람할 때는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많이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시간이었습니다. 이제는 부모님과 전시를 보러 가기 전에는 미리 사전 리서치를 하고 갑니다. 보통은 제가 이미 본 전시를 한 번 더 방문하는데요. 그 이유는 그래야만 설명하기 수월한 것도 있고 이런 거는 취향 타지 않고 다 좋아할 수 있겠다! 가늠이 되더라고요.

종종 친구들이 좋은 전시회, 가볼 만한 미술관을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받곤 하는데요. 전시회도 각각의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섣불리 추천해 주기가 어렵더라고요. 저 같은 경우에는 현대미술을 좋아하고 추상화를 싫어한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정반대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