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01

밤이 되어 공항을 떠난 비행기는 창 밖으로 도시의 불빛을 보여주며 ‘감탄해봐’ 라고 하는 것 같더니 이내 깜깜한 바다 위로 올라가 그저 먹먹한 어둠만을 보게 하며 ‘쇼’를 끝냈다. 아니, 끝났다고 생각한 건 나였을지 모른다. 진짜 쇼는 지금부터인걸.

국내선의 창가 자리는 수시로 앉아 보았지만, 국제선 창가는 처음이었다. 뭐든 처음은 다 떨리는가보다.

서울-제주를 오가는 비행기에서는 창가 자리에 앉아 시선을 아래로 향했다. 나는 지금 어디를 지나가고 있는걸까, 열심히 랜드마크를 눈으로 찾으며 나름의 퀴즈- ‘지금 내가 떠 있는 곳은?’ - 를 풀었다. 밤에도 밝은 대한민국 땅은 몇 분정도 보다 보면 다 똑같은 모습으로 보였는데, 그래서 제주도에 가까워질 때면 바다에 떠 있는 별처럼 한치잡이 배들의 불빛이 반가웠다. 아래로 향했던 내 시선. 위를 바라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국제선 노선의 비행기는 더 높이 떠오르는걸까.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였다.

빛이 보였다. 어? 한 두 개 정도의 빛이 아니었다. 비행기 날개 끝에 달려 깜빡깜빡하는 노란 조명도 아니었다. 하얀색으로 점점이 박혀 있는 것들은 바로 진짜 별이었다. 고개를 90도나 뒤로 꺾어야 온전히 감상할 수 있었던, (그마저도 맑은 날 제주도 정도 빛 공해가 없는 곳에서나 볼 수 있었던) 북두칠성이 지금 내 눈 앞에 있었다. 시야를 아래로 떨구지 않아도, 정면으로 보이는 선명한 북두칠성. 내 몸이 별의 높이만큼 떠 있는 것 같았다.

별 감상이 실컷 끝나고, 하나둘씩 별이 희미해질 때 나는 다시 시선을 옮겼다. 비행기 앞 쪽으로 아침이 오고 있었다. 밤과 낮이 바뀌는 경계를 지나고 있다. 해가 뜨는 앞 쪽 하늘의 푸르스름한 빛은 뒷쪽으로 펼쳐진 별빛 쇼의 엔딩이었다. 100여년 전 누군가의 상상으로 시작되어 만들어진 비행기에 올라 타서, 별과 하늘과 구름과 해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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