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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뚝뚝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성격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그것은 인정해요. 그런데 자신은 무뚝뚝하게 있으면서 남에게 살가움을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든 무표정하게 가만히 있는 것이 가장 편하지 않을까요? 사린에게 감정 노동을 요구하면서 자기는 그런 거 못 하니까 네가 해달라고, 그래서 화목한 분위기를 만들어 달라고 말하는 구영에게 말하고 싶어요.

당신에게 귀찮은 일은 남에게도 귀찮은 일이라고.

책 ⌜태도의 말들⌟


내가 이 책 페이지를 읽고 들었던 생각을 적어보려고.

내가 무뚝뚝한 건, 성격이 아니라 선택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사실 그게 제일 편하거든. 먼저 연락하고, 먼저 안부를 묻는 거 쉬운 일이 아니잖아.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행동 하나를 더 해야 하니까. 그래서 먼저 연락이 오면, 정말 고맙고 반가운 것 일 테고. 그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인사를 건네주었단 거니까. 응당 답을 하는 게 맞고, 고마워하는 것도 맞고.

저 페이지를 읽고서 반성을 하게 되더라고. 나는 지금껏 얼마나 내 편의를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무뚝뚝해왔을까? 물론 곧 죽어도 먼저 연락 안 하면서 "왜 먼저 연락 안 해?!" 같은 앙탈을 부리지는 않지만.. 꽤 자주 '연락을 먼저 안 한다'라는 소리는 들어왔으며 그 소리가 딱히 좋은 건 아닌 것 같아 고민도 오래 해 왔지.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에 고등학교 때 알고 지내던 친구가 연락이 왔어. 그때는 어리둥절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친구 참 대단한 거야. 몇 년 동안 연락을 하지 않다가 새삼스레 안부를 묻는 게 나한텐 결코 쉬운 일이 아니거든. 그래,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방법은 그냥 연락을 하는 방법밖에 없어. 그냥 안부를 전하면 되고, 건강하게 잘 지내라는 덕담을 나누면 되는 거고. 아무리 카카오톡에 내가 떠있어도, 번호 저장이 되어있어도 살아있는지 어떻게 살아가는지는 말하지 않으면 모르니까.

남은 올해는 조금 더 신경을 써보려고. 뭐하고 지내는지, 건강한지, 언제 한번 커피나 먹으면서 서로 모르는 얘기들 좀 나눠보면 어떻겠냐고 물어봐야지.

내가 귀찮은 건 남에게도 귀찮은 일일 테니. 나도 먼저 손 내밀어보는 연습을 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