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수습기간 3개월이 끝이 났다. [온라인 콘텐츠 에디터] 라는 직무로 마케터에서 다시 에디터의 생활을 걷고 있다. 디자인을 필요로 하는 업무 보다, 글에 좀 더 집중 할 수 있는 업무를 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글’이 존재하면 ‘디자인’은 빠질 수 없는 부분이라는 걸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다.
에디터 : editor / 편집자
처음 입사했을 때, 미디어 채널에 글을 쓰는 사람이 될 줄 알았는데 결국 3개월 동안 내가 이뤄낸 건 고객 대상으로 한 뉴스레터가 전부다. 그 이후엔 고객 상담 VOC를 보며 신규 가입/설치/해지 수를 확인하는 업무와 제휴 카페에 올라가는 글들을 매일 하나씩 작성해 발행하는 업무 뿐이다.
일일 업무 보고를 적어야 하는 회사 특성 상, 나는 매일 같은 업무를 하는데 그 같은 업무를 다른 말로 바꿔서 적는 일이 많아지면서 커리어에 대한 생각이 작년보다, 그리고 올해 초보다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하나부터 열까지 뭔가를 하려고 하면 ‘컨펌’을 받아야 하는 시스템이 생각했던 것보다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피드백이 받고 싶다던 ‘나’는 이제 피드백이 무서워 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수정사항이 장문으로 쓰여질 땐 숨이 턱 막힌다.
이제 수습이 끝나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야 하는 시기가 찾아왔는데, 이 끝에서 나는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방송 작가를 하면서도 여기, 저기 옮겨 다니던 홍길동 생활을 했는데 왠지 그 생활이 직장을 다니면서도 이뤄지고 있는 거 같아서 굉장히 마음이 복잡하다.
“최소 1년은 버텨보는 건 어때?”
사람들의 조언에 1년 뒤 나의 커리어를 생각해보고, 1년 뒤에 내가 경력기술서에 쓸 수 있는 내용들을 생각해 봤을 때 쓸 수 있는 게 얼마나 될까? 생각해보면 지금 다른 곳으로 이직하는 게 맞는 거 같다가도, 지금 이 회사는 갑자기 사정이 어려워져서 하루 아침에 나를 백수로 만든다거나, 보호해주지 못하는 회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곳에 가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글 쓰는 일? 지금도 글은 쓰고 있는데 왜 출근이 행복하지 않을까? 어떤 글이 쓰고 싶은 걸까? 회사 일은 회사 일로 남겨두고 내가 쓰고 싶은 글은 퇴근 후나 주말에 쓰는 건 별로인가?
이 고민을 죽을 때까지 해야 한다면, 지금 일 하는 게 즐겁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죽었다 살아난 사람들일까? 내가 잘 하는 일이 아닌, 잘 할 수 있는 일 + 하면서 내가 행복한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건 없는걸까? 29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이제는 어딘가에 정착해서 일을 해야 하는데 그 길의 끝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정하는 건 아직 나에게 너무 힘들게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