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고향 친구들을 만났다.
추석 때 만난 친구들은, 다가오는 연말과 스물아홉을 의식하고 있었다.
스물아홉, 어릴 때부터 드라마나 각종 예능, 어른들의 입을 통해 '아홉수'라는 것에 익히 많이 들어왔고 나에게 스물아홉은 서른이라는 엔딩을 향해 달려가는 마지막 남은 시간들처럼 느껴져 왔었다.
아, 스물아홉 전에는 결혼을 해야 좋은 거구나
아, 스물아홉에는 자리를 꼭 잡아야 하는 거구나
아, 스물아홉에는 저런 걸 꼭 할 줄 알아야 하는 거구나
수많은 미디어와 어른들의 선입견에 노출되어왔던 나는, 그런 생각들을 가지고 살았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스물여덟이 되었고 특별할 것도 자리를 잡은 것도 안정도 없이
그저 안정을 찾기 위해 불안감을 가지고 살아가고, 불안정 속에서도 안정감을 찾고 싶어 하는
그저 그런 여전히 어리기만 한 스물여덟이 되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