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를 공부하면서 재밌게 본 드라마를 하나 꼽으라면 망설임 없이
오늘 글의 제목인 '도망치는 것은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를 고를 것이다.
드라마 이야기를 갑자기 왜 하느냐고?
요 몇 달간 내가 도망자 신세였기 때문이다.
증상은 예고도 없이 찾아왔다.
지난 4월, 먹는 것이 최대 낙이었던 내가 밥을 챙겨 먹기도 귀찮고,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것 없이 쉬는 날에는 소파에 누워 TV만 봤다.
그리고 어디서든 눈물이 났다. 그것도 꽤 자주.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 죽고 싶을 만큼 힘든 적도 있었지만,
이 정도로 상태가 나쁘지는 않았다.
취업을 하기는 했는데, 생각보다 일에서 얻는 보람이 적어서 실망이 컸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젊고, 세상이 넓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사무실에 묶여 내 인생이 끝날 것만 같았다.
도저히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정신의학과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평일에는 병원에 갈 수가 없어서, 토요일 초진 예약을 잡으려고 하니 한 달의 텀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