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를 외양간이라고 만들어 놨는데 어떻게 써야할 지 모르겠다.
소 이야기를 써야지
어릴 적 풀벌레 소리 들리는 시골에 살던 나의 집엔 외양간이 있었다. 소는 컸다. 할아버지는 거인이 쓰는 큰 포크로 볏짚을 집어서 소에게 가져다 주었다. 소는 우물우물 씹었다. 애완동물이 아니었으니 소에겐 아무런 이름도 없었다. 여느 시골 집들이 그렇듯 정자를 사서 소에게 넣어서 송아지를 만들어 팔았다. 조금 키워져서 잡아먹힐 송아지에게 이름이 아닌 노란색 태그가 붙여졌다.
지금 생각해보니 누나가 두 명 있었는데도 어린 아이 세 명이 작은 생명체에게 이름을 붙여주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 소와 그 자녀에겐 이름이 없었다. 우리집 달력에는 소가 임신을 하면 언제 출산 예정일인지 나오는 달력이 있었다. 야밤에 아저씨가 장갑을 끼고 와서는 소에게 주입시키는 것을 보았고 소가 출산하는 것도 보았는데 나는 소와 송아지에게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나는 그 친구의 탄생과 우리집을 떠나기 까지의 모든 과정을 보았다. 그 당시 정자는 10만원이었고 송아지는 150에서 200만원이었으니 몇 달만 잘 먹이면 적잖은 이득을 볼 수 있었던 부수입원이었다. 송아지는 보라색 양막을 달고 툭 떨어진다. 어미 소가 핥으면 점점 송아지 색이 된다. 비틀거리는 다리를 본 적이 있다. 신기하게도 금방 일어선다.
집이 어렵지는 않아서 쇠고기를 자주 먹었으니 그렇게 자라버린 것일까. 송아지는 태어날 때부터 컸다. 무지막지하게 자라서 나는 송아지가 무서웠다. 어미는 묶여져서 외양간에서 나오질 못하지만 송아지는 나올 수 있었다. 송아지는 음메라고 하지는 않는다. 이거는 사실이다. 명심하도록.
"우어어어"다.
다음은 권태로 이어짐.
가끔 소가 되는 상상을 한다. 글을 쓰려고 이상의 권태를 읽는 중이다. 문체가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