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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모퉁이 였던 탓에 나는 노인이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도록 차를 멈추고 기다렸다. 다행히 내 뒤엔 차가 없었다. 노인은 상자 2개를 노끈으로 묶어 자신과 한 몸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상자는 빈 상자 처럼 보였다. 몸이 불편했던 탓일까? 걸음을 떼지 못하고 자리에서 땅만 바라보고 있었다.

'파지줍는'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사람들을 보면 가끔 사연이 궁금해진다. 어쩌다 하루 온종일 종이를 찾게 되었는지, 리어카와 등에 짊어진 무게의 값어치는 얼마인지, 자식은 있는지, 자식도 아는지, 외로움의 무게는 얼마인지.

무게는 상황과 사람에 따라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고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다. 책임감 보다 짊어진 무게가 훨씬 크다면, 중간에 놔버려도 된다. 어디까지나 본인의 선택이다.

인생의 끝을 바라보면 아무리 힘들고 무거워도 짊어지고 나가는것이 맞다. 이 또한 나의 선택이였으니까.

맞다. 사진 속 상자들은 자식과 닮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또 한없이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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