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에게, 왜, 나의 제품이/서비스가 필요한지 생각해보기
이것은 내가 생각한 아이템을 ‘나’만 좋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시장(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인가에 대한 필수 점검 사항이다. 이론적으로 보면 당연한 것이 아닐까? 아무리 좋은 물건을 만들어서 내놓아도 살 사람이 없으면 무용지물일테니.
하지만 늘 이렇게 이론과 실천은 따로 논다. 생각보다 많은 창업자 분들이 그렇고, 슬프지만 나도 이 부분을 간과했었다.
왜 이토록 기본적인 질문에 대해서 집요하게 따져보지 않았을까? 나의 경우, 존재하지 않는 틈새시장을 파고드는 것도,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것도 아니었다. 이미 B2B로 판매되고 있는 전문가용 자동차 외장 코팅제를 일반인 자동차 오너들(B2C)도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만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아찔하다. 마켓이 달라지고 고객이 달라지는데 ‘제품’만 보았으며, 이미 살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버리는 오류를 범했다. 이 과정에서 고객에 대한 정확한 관찰과 탐구없이, 소이말해 우리끼리 신나서 휘뚜루마뚜루 제품을 제작했다.
작년 9월부터 12월까지 많은 준비를 했다.
브랜딩, 제품 성능 개선, 용기 및 각종 부자재 선택/주문, 안전인증검사, 패키지디자인, 제품 촬영, 온라인 판매를 위한 상세페이지 제작 등.
이 모든 일들이 단 한번도 제대로된 고객의 의견이나 외부의 피드백 없이 속전속결로 (물론 10월말이 런칭 목표였음을 고려했을 때 굉장히 딜레이되긴 했지만) 진행되었다. 그리고 12월,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짜잔- 하고 런칭만 하고나면 끝일줄 알았으나 그 이후가 진짜 시작이었다. 우리는 정확한 고객이 없었고, 우리의 제품에 관심이 있을만한 사람들도 아직 우리를 몰랐다. 또, 제품을 런칭한 시기는 셀프세차 비수기인 겨울이었다.
홍보가 부족한가? 네이버 키워드 광고를 돌리고 인스타 체험단 이벤트를 진행했다. 하지만 큰 차도는 없었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가 심해져 5인 이상 집합금지도 생겨벼렸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3월이 다가오자 마음이 조급해졌다. 사업 시작한지 6개월, 한국에 돌아온지 1년이 다 되어가는데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그때는 정확한 원인도 모른채 뭐가 문제일까, 왜 안팔리는거지? 어떻게 해야하는거지? 그저 막막하기만 했다.
다들 알다시피,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고 누구도 처음부터 잘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조차도 ‘처음’을 힘들어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잘하고 있다’는 격려와 응원을 보내줄테니까. 사업은 난생 처음이었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고 잘해야한다는 욕심도 있었다. 사실 나는 이때까지 내가 원하는 것은 대부분 가져왔고, 하고 싶은 것은 큰 무리 없이 해내왔다. 내가 잘나서 대단하다고 자랑하는 것이 전혀 아니다. 어쩌면 이런 무의식적인 오만함이 고객은 쏙 빼놓은 채 제품에만 집중하는 시행착오를 낳았다. 나는 낙심했고, 스스로에게 크게 실망했다. 멘탈이 파사삭 주저앉은 것이다.
그래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구구절절 실수를 나열하며 짚고 넘어가려고 한다. 똑같은 실수를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있을지 모르는, 사업을 준비하는 당신을 위해서.
크다면 크고 적다면 적은 시간과 비용의 댓가를 치르고 머리로만 알던 지식을 마음으로 느꼈다.
고객이 없이는 그 어떤 제품도 서비스도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만드려는, 제공하려는 제품/서비스는 누구를 위한 것이며, 그들의 어떤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 치열하게 조사하고 확인하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그래서, 우리 제품은 누구를 위한 것이며 어떤 혜택을 줄 수 있다고? 두루뭉실하게는 대답할 수 있지만 명확하게 말하라면 아직 조금 어렵다. 그래서 조금 늦더라도 제대로 가기위해 다시 초심으로 고민하고 찾아가는 과정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