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

지하철에서 내려 집을 가기 위해 도로로 나왔다. 문득 이마트 앞가로등이 눈에 띄었다. 주변에 다니는 사람은 없었다. 가로등을 보고 있자니 내 처지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있건 없건 항상 같은 곳에서 불을 밝히고 있어야 하는 가로등. 취업을 위해서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건 없건 무언갈 계속하는 나. 공모전에도 도전해보고 인스타그램 계정도 만들어보고 이것저것 해본다.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을 때 까지.

예전엔 직업을 갖는다는 것이 정말 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누구나처럼 살다보면 알아서 취직을 하고 돈을 벌고 그런 정해진 수순이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취직은 사실 지금 당장도 할 수 있다. 대신 내가 원하는 일을 하는게 참 어렵다. 원하는 직업을 갖는 건 쉬울 수 있겠지만 원하는 일을 한다는게 쉽지 않다. 왜 일을 하는지부터 일을 해서 얻고자 하는게 뭔지? 등 다양한 것들을 생각하게 된다.

누구는 그렇게 말한다. '어차피 다 돈벌려고 하는 건데 그런거까지 생각해야돼?'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일을 1~2년 할 것도 아니고 계속해서 할텐데 의미를 찾지 못한다면 매일매일이 정말 힘들지 않을까. 어차피 매일매일 힘들거 일을 하는 이유 정도는 알고 하면 좋지 않을까.

일해서 돈을 버는게 내가 생각하는 일의 의미라면 그 돈을 통해 뭘 하고 싶은지, 왜 필요한지, 나의 노동의 대가로 내가 얻는게 뭔지. 그런 것들에 대한 고민을 하게된다. 일을 잘하는건 노력하면 언젠가 되겠지 싶다. 근데 이런 나만의 정답은 아무리 생각해도 명확해지지 않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