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선물로 나에게 기쁨을 주었으니, 응당 보답해야겠다고 생각했어. 유난스럽게 감성적인 내가 가진 것이라고는 여기저기 찍어댄 사진과 생각 뿐이 없어서, 이를 나눠보려해 ∙∙∙. 서투른 탓에 (처음 포스터화 해봐서∙∙∙) 사이즈도 제각각이고, 화질도 좋지 않은 부끄러운 것을 나누게 되었다 ..! 그래도, 한나의 집 한 켠 구석 어디서라도, 문득문득 눈길이 가는 존재가 되길 바래. 어느덧 2020년의 마지막 순간을 살게된 우리 앞에, 못다한 사랑을 다 할 수 있는 힘과 못다한 용서를 다 할 수 있는 용기와 너그러움이 가득하길 ∙∙∙
_____ 2020.11.15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aside> ✍🏻 블로그의 원문을 가져왔어요 😉
</aside>
위의 편지를 보내준 이가 함께 보내줬던 노래야. 이제는 잊을 수 없는 노래가 되었지. Daily Music ep.20 에서 게스트로 참여해 소개하기도 했어.
너가 들어오자마자 봤던 글은 나의 방 한 켠을 차지하고 있는 편지였어.
그게 눈에 보여서인지, 오늘은 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해.
내가 유난히 조용한 때가 온다면, 두 가지 상태 중 하나일거야. 정말 행복하거나, 정말 불안하거나.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그 감정을 끝까지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해. 그때는 남에게 이야기를 할 시간이 없는 편이지. 블로그도, 인스타그램도 조용해져. 책상 앞에 앉아서 나한테만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 2020년 끝자락 그 때도 나에게 편지를 쓰는 날이 많았어. 누구한테도 내가 힘들다는 걸 말할 수 없겠더라고. 별 다른 이유는 없나봐. 그냥 성격인 것 같아.
혼자 제주에 갔어. 그 때도 작년 11월이었지. 시작부터 혼자 처음으로 몇 박 여행을 떠난 건 처음이었어. 늘 누군가와 함께였는데, 혼자 잠을 자고, 혼자 밥을 먹고, 혼자 바다를 걷고. 그러니 사진을 덜 찍게 되더라. 노래도 안 들었어. 아무도 없는 아침 7시 세화해변 모래사장 앞 정자에서 한참을 바다를 봤지. 지금 생각하니 약간 청승인가 싶지만, 그때는 청승이라는 생각도 안했던 것 같아. 마냥 그게 좋더라고. 조금 춥다고 느껴질 때 들어와서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 차려주신 따뜻한 밥을 먹었어. 따뜻한 커피를 잘 안먹는데 그것도 그렇게 맛있더라.
제주를 혼자 가게 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고요새' 라는 공간이었어.
며칠만이라도 혼자있고 싶었어. 그때는 학원도 다니고 있을 때라 어딘가를 가려면 결석을 해야했는데, 냅다 비행기를 끊어버렸어. 이대로는 도저히 집중을 못할 것 같아서 정중히 이틀은 수업을 못 듣겠다 말했지. 고요새에서는 혼자 오롯이 집중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2층은 그런 공간으로만 운영되고 있거든. 들어가면 편지를 쓸 수 있는 편지지, 봉투, 연필을 주셔. 물론 맛있는 디저트와 차를 함께 시켰고. 편지를 다 쓰고나면 고요새에서 그 주소로 직접 우편을 붙여줘.
나는 그 때도 어김없이 나한테 편지를 썼어. "힘들때 봐" 라고 시작하며 편지를 썼던 기억이 나.
너무 불안했어. 내가 잘하는게 뭐지? 내가 할 수 있는건 뭘까. 내가 정말 옳다고 믿는게 진짜 옳은 게 맞을까? 틀린거면 어떡하지. 한 글자도 못 적다가 옆에 몇 권씩 쌓여있는 방명록을 열어봤어. 그걸 한참이나 본 것 같아, 편지 적는 것도 까먹고. 디저트를 먹는 것도 제쳐두고, 그거 읽으면서 많이 울었지.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몰라. 그런게 공간의 힘인가 싶었어. 사람들이 스스로 이야기하게끔 만드는 이 공간의 힘. 마스크를 끼고 훌쩍이느라 힘들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