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예전에 기억에 감정이 더해진 게 추억이라는 글을 본적이 있다. 사전적 의미를 보니까 맞기도 한 것 같다.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한다. 굳이 옛날 일을 돌이켜 본다는 것, 다시 생각해 볼 가치가 있는 기억.
보통 하루 이틀 전 일을 가지고 추억이라고 하진 않는다. 1년 전, 5년 전, 10년 전 아니면 훨씬 전의 일들을 추억이라고 한다. 흐릿흐릿 기억날 듯 말 듯한 그런 것들. 굳이 돌이켜보지 않으면 생각나지 않는 것들이 추억이 아닐까.
나는 보통 노래와 관련된 추억들이 많다. 어떤 일에 노래가 더해지면 노래가 트리거가 돼서 특정 노래를 들으면 그때의 상황이 떠오른다. 잔나비 <MONKEY HOTEL> 앨범을 들으면 3년전 매일 밤 산책하던 때가 생각이 나고 ADOY 노래를 들으면 학교를 마치고 해가 질듯 말듯 할 때 버스를 타고 집에 가던 때가 생각난다.
기억력이 안좋아서 그런가 유독 어렸을 때의 생각은 잘 안난다. 큼지막한 사건들이나 반복적으로 있었던 일들이나 부분적인 기억은 나는데 구체적으로는 잘 안난다. 그래서 '중학생때 무슨 일이 있었고 거기서 누가 뭐를 블라블라'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 신기하다 '어떻게 그걸 다 기억하지..?'
이래서 기록을 다 해놔야 하는구나 싶기도 하다. 지금 내가 글을 쓰고 잇는 내용도 지금 안쓰고 넘어갔다면 분명 까먹었을 것이다. 어렸을 때 부터 일기를 좀 잘 써놓을걸 싶기도 하다. 그땐 그거 몇줄 쓰는게 뭐가 귀찮다고 안썼는지 참. 지금은 이렇게 시간을 내서 쓰고 있는 걸 보니 아이러니다. 집을 치울 때 마다 하나씩 버린거 같은데 집가서 한번 찾아봐야지.
버리는 얘기를 하다보니 생각났는데 최근에 방에 가구를 바꾸면서 원래 쓰던 것들을 다 버렸다. 그땐 지긋지긋하다고 싹 다 분해해서 버렸는데 버리고 나니 아차 싶었다.
거의 15년 전부터 있던 가구들을 사진 한 장도 안찍어놓고 버렸다. 물건이나 사람에 정을 많이 두는 성향인데 당시엔 새로움을 얻고 싶었는지 급하게 버렸다. 새 가구를 들여서 좋긴 한데 뭔가 마음이 불편했다. 누구에겐 가구일 뿐이지만 오랜 친구를 잃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 동안의 추억이 참 많았는데 사진 한 장도 안찍어놓고 버리다니. 으 지금도 정말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