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주는 정말 바빴습니다. 가고 싶었던 회사의 공개채용이 떴고 쉼없이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자기소개서를 써내려 갔습니다. 그렇게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최종적으로 서류를 제출했습니다.
일주일이 지난 후, 1차 서류 발표가 났습니다. 다행히 운이 좋게도 합격이었습니다. 사실 지난 3년간 매번 도전했습니다. 공채가 뜨면 지원하고, 떨어지고 다음 해에 공채가 뜨면 또 지원하고, 떨어지고를 반복했죠. 이번에 입사 지원을 할 때에도. 정말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한국인은 삼 세번이다 라는 마음으로 지원했습니다. 그렇게 3년만에 얻어낸 첫 서류 합격이었습니다.
서류 합격 후, 문제가 발생합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저는 디자이너입니다. 지원한 직무는 특이하게도(?) 마케터였는데요. 제 마음 한 켠의 하오는 마케터를 꿈꾸고 있었습니다. 트렌드에 발빠르게 움직여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가치를 찾아 서비스나 콘텐츠와 같은 형태로 만드는 일을 하는 마케터가 참 멋있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해보고 싶었습니다.
5일간 밤새 만든 과제를 제출하고 나서는 면접을 봐야했습니다. 그런데 왠지 면접을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되돌릴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저는 그동안 좋은 업을 얻기 위해 코딩도 배우고 스마트스토어도 열고, 외주도 하고 그랬습니다. 언젠가는 회사 급여 외에 부수입으로만 월 100만원의 고정 수익을 벌기도 했죠. 근데 그게 참 의미가 없다고 느껴졌습니다. 전혀 성장하고 있지 않다고 말이죠. 성장하지 못하고 그저 돈만 벌고 있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후로 소일거리를 모두 접었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나는 막연하게 돈이 목적인, 돈만 버는 일은 못하는 사람이다 라는 것을요.
면접 불참 의사 전화를 드리기 직전, 제 자신에게 한 번 더 물었습니다. ‘너 정말 후회안할 자신 있어? 서류 합격만 되게 해달라고 빌고 빌었던 지난 시간들. 다 괜찮아? 과제도 5일내내 밤샜는데 괜찮아?’ 하고 말이죠. 제 대답은 ‘후회 안해’였고 그렇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면접을 포기했습니다.
좋은 동료와 좋은 연봉보다 지금 하는 일이 더 좋아서, 재밌어서, 더 잘 만들고 싶어서 오랜 꿈을 포기(?)한 제가 참 요상합니다.
이 아지트서울이라는 채널이 정말 잘 될지, 안 될지는 모르는 일이거늘 그저 이 계정을 운영하는 게 좋아서. 내 콘텐츠로 사람들이 연결되는 경험이 좋아서.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더 커졌습니다.
내년 상반기에 영상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영상을 많이 보고,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 어떤 컨셉으로 가면 좋을지, 얼굴은 실망하실테니 비공개로 하도록 하고.. 뭐 그런 것들을 생각하며 연말을 보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