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사유상 미니어처(83호),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상품점.
반가사유상
교과서에서 한번쯤은 반가사유상을 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왼쪽 무릎위에 다리를 걸치고, 얼굴에 한쪽 손가락을 대어 명상을 하고 있는 석가모니의 모습을 금동으로 빚어낸 국보입니다. 부처의 미소, 섬세하게 표현된 옷주름은 삼국시대의 섬세하고 엄청난 예술성과 기술력을 보여줍니다. 반가사유상은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보관되어 있으며, 최근에는 ‘사유의 방’으로 독자적인 전시 공간에서 전시되고 있습니다.
국보 83호. 금동 반가사유상
전통문화 제품이 겪어야하는 것들
반가사유상을 문화상품으로 제작하려고하는 시도는 예전부터 진행되어 왔습니다. 실제로 국립중말박물관에서는 금동색을 그대로 보존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판매량은 그리 높지 않았습니다. 생각보다 전통, 고전을 그대로 재현한 제품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은 크게 관심이 없었습니다. 실제로 Tumblbug과 같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서도 그대로 재현된 전통 제품에 대해서는 펀딩금액이 그리 높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전통문화 제품은 기존의 유물이 가지고 있는 아우라와 가치가 제품에도 그대로 투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와 동시에 유물의 세밀한 묘사와 패턴, 색감은 필연적으로 가공 과정이 복잡합니다. 흔히 말해 ‘손이 많이 가는’ 제품이 되기 좋습니다. 이는 실제로 우리가 보는 유물들이 종교적 행사, 의례, 왕실과 같은 특수하고 상류 계층의 물건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발생될 수 흔한 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와 같은 부분들을 잘 해결하면서도, 일상에서 잘 사용될 수 있는 좋은 기획과 컨셉 구현이 어려우면 전통문화를 메인 컨셉으로 가지고 있는 제품은 시장에서 잘 팔리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그 담백하면서, 우아한 미에 빠져 많은 분들이 지금도 전통에 다이빙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도 그중 하나이구요.
돌아온 반가사유상
2016년 국립중앙박물관 상품 기획팀이 새롭게 구성되면서, 기존 문화상품군에는 많은 변화가 발생합니다.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로 구성된 팀에서는 공공의 색이 아닌 자신들이 잘하는 색을 잘 표현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구현하려고 했습니다. 그 중 채택된 것은 판매량이 가장 저조한 반가사유상의 리빌딩이였습니다. 그리고 그 방식은 최근 미니어처, 피규어에 대한 관심이 많았기에, 자연스레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로 결정되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오방색 제품
시작은 반가사유상에 대한 컬러 결정이였습니다. 과하지 않은 기존 전통의 수준으로 오방색을 입힌 반가사유상이 제작되었는데, 기획팀에서는 만족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소위 말해 요새 먹히는 컬러, 떼깔이 안나오는 것이였죠. 조금더 익숙하고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무지개 색배열, 빨주노초파남보를 입힙니다. 그리고 이 배열에서 국립중앙박물관만의 톤을 잡기 위해서 색을 조금씩 변형하여 총 7종의 컬러가 결정되었습니다. 이를 통해서 ‘붓다 핑크’라고 하는 핑크색 반가사유상이 나타나게 된 것이죠.
반가사유상 미니어처(83호). 국립박물관 문화상품점 상세페이지
그리고 국립박물관에서 반가사유상을 주요 전시하는 ‘사유의방’이 런칭되면서, 이에 맞추어 파스텔톤 컬러를 포함한 총 18종의 컬러를 출시합니다. 결과는 완판의 연속이였습니다. 준비한 물량이 금세 매진되었고, 이제는 판매 예약을 받아야하는 상황까지 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