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면접을 몇 번이나 봤더라, 이제 열 손가락을 완전히 접었다 폈다 다시 접을 만큼 본 거 같다. 그러다 요즘 들어, 면접 볼 때 자꾸 나의 10년 뒤에 대해 궁금해 하신다. 당장 내일도 모르는 나에게
“10년 뒤에 어떤 사람이 되어 있고 싶어요?” ”콘텐츠 마케터로 조금은 유명해졌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글은 꾸준히 쓸 거니까, 글 쓰는 콘텐츠 마케터요.”
“10년 뒤 어떤 사람이 되어 있고 싶어요?”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어 있고 싶어요. 개발자를 만나도, 디자이너를 만나도, 마케터를 만나도, 그 누구를 만나도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면접 때마다 상황에 맞춰 대답하곤 했는데, 어제 면접을 본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진짜 나의 10년 뒤 모습은 뭘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직 할 때마다 바뀌는 업무, 하고 싶은 거와 해야하는 건 다르다는 걸 매일 깨닫는데 나는 과연 10년 뒤에 뭘 하고 있을까?
10년 뒤 꾸준히 글은 쓰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글이 날카로운 마케팅 카피라도, 나의 이야기를 덤덤하게 써 내려가는 에세이라도, 실제 존재하는 인물에 영감을 받아 쓴 소설이라도, 자료조사와 창작의 고통을 겪으며 써 내려가는 드라마 16부작이라도, 뭐라도 쓰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쓴다는 건 뭐라도 남기는 거니까.
어제 스타트업 면접을 봤다. 유튜브 ‘eo’에서 ‘유니콘하우스’를 봤다면 알 수 있는 회사였는데, 거기에서도 내 10년 후를 궁금해 했다. 왜 갑자기 이 고민이 굉장히 나를 두렵게 만들었을까. 유니콘하우스를 보고, 이 회사를 보자마자 ‘나의 마지막 회사는 저기였으면 좋겠다. 내 목표는 저 회사 직원으로 들어가는 거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 였을까? 항상 새로운 걸 도전하는 나였기에 10년 뒤를 생각하지 않았다. 막연히 10년 뒤엔 드라마 하나는 쓰지 않았을까? 뿐이었는데, 이 회사에서 나의 10년 뒤를 궁금해 하니까 왠지 모르게 이 회사에 맞춰 얘기를 해야 하면서도 10년 뒤에 이 회사가 성장하고, 그 성장에 나 또한 어느 정도 기여를 하고 싶어서 였을까? 다양한 분야에서의 얕은 지식으로 전문가 흉내를 내는 10년 뒤보다, 한 회사의 성장에 기여를 했던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싶단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러면서 “왜 그렇게 성장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으세요?” 라는 질문에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처음 작가를 관두고 세상에 나와야 했을 때, 뭘 해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길을 잃은 기분이었어요. 그때 느꼈어요. 나 정말 우물 안에 있었구나. 사람들은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성장한 내일을 맞이하는데 나는 늘 똑같은 하루하루를 살며 힘들다고 징징 거렸구나. 노력하지 않았구나. 충분히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는데 회피하기만 했구나. 그때부터 성장에 갈증을 느꼈던 거 같아요. 사람들과 대화가 통하고 싶었고, 어제보다 오늘 더 성장한 나를 마주하고 싶었어요. 하고 싶은 게 많아서 그걸 다 하고 싶어서 제가 살아가는 이유인 거 같아요.”
그래서 그 곳에 가고 싶었다. 나도 성장하면서, 회사도 성장하고, 그러면서 성장통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성장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는 곳이라면 내가 초원을 뛰노는 알프스 산맥의 개처럼 행복하게 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짜피 한 번 사는 인생, 이직 몇 번 한 게 뭣이 중허냐. 내 행복이 중허지. 행복합시다 우리, 아프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