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긍정적으로 끝맺을 글
오징어의 한 종류는 산란할 때 자신을 망가뜨린다고 한다. 산란한 개체가 죽음으로써 정상적인 산란이 진행되고 부화한 개체는 새로운 삶을 얻는다. 인류도 마찬가지로 출산할 때 여러 개의 뼈가 벌어지며 호르몬이 변화되고 몸이 망가지며 새로운 생명이 탄생한다.
새로운 것이 망가지는 거라 보는 것은 상상의 비약이지만, 망가짐으로 인해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는 것은 상상이 아니다. 명확한 인과관계가 성립된다.
사람은 환경이, 관계가, 몸이, 자신이 속했던, 소유했던 것들이 망가지며 새로운 세계를 맞이한다. 그것이 원하든 원하지 않았던 간에 한쪽이 내려앉았다는 것은 다른 쪽이 떠올랐다는 것과 같다.
어떤 것이 새롭다는 것은 반대편이 망가졌단 것과 같다. "새로운 것은 없다"란 말처럼 왼쪽이 내려앉으며 오른쪽이 올라가는 것은 세상의 법칙과도 같다. 이것은 한 사람 한 사람 개인의 삶에도 적용되는 말인 듯하다.
이전과 다른, 이전의 일과, 이전의 생활과 전혀 다른 새로운 것을 할 때 사람의 삶은 망가진다. 마치 자신이 매일 먹어오던 밥을 더 이상 못 먹게 된 사람처럼 말이다. 이 환경은 한 순간에 개인의 삶을 망가뜨리고 새로운 것들을 만들게 한다.
매일마다 퇴근 후 술 먹고 취한 채로 잠에 든다. 100일 쓰기는 머리에서 떠난 지 오래고 오늘 하루의 별다른 이벤트가 없음에 안도하며 잔을 채운다. 이전과 100% 다른 업무를 하며 느끼는 감정은 망가짐과 새로움이다. 망가지는 상태로 새로움을 받아들인다.
상하관계가 철저한 회사에선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니 편할 수 있지만, 회사의 주역으로써 말 한 마디에 많은 책임이 걸린 현 상황에서 새로움이 반갑지는 않다. 많은 감정들이 새로운 환경, 업무와 엮여 망가짐을 강요하는 듯하다.
다행인 건 이 기간을 함께 인내하고 계획하고 새로움을 바라볼 사람들이 있단 점이다. 혼자만의 일이었다면 망가짐도 없었을 테고 새로움을 맞이할 생각도 못 했을 거다. 망가지고 있단 걸 스스로 인지하게 만들고 새로움을 향해 나아갈 결심을 준 그들에게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