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 시간 외 카톡과 조용한 퇴직이 이슈다. 업무와 삶을 분리할 수 없는 지금, 직장은 무엇을 지향해야 하나?
• 노웅래 의원이 근로 시간 외 통신 수단을 이용한 업무 지시를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 한편 미국에서는 조용한 퇴직(Quiet Quitting)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 조용한 퇴직을 택한 이들은 더 소극적으로 일하고, 그렇지 않은 이들은 번아웃에 시달린다. 이 악순환을 끊는 방법은 무엇일까?
[갓생은 정말 갓생으로 살고 싶어서 사는 걸까]
업무시간 외의 지시가 이뤄질 정도라면, 체계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했거나 업무에 사람이 치일 정도로 해야 할 일이 많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그 업무시간 외의 지시받는 일들이 자기 효능감이나 업무능력의 향상에 도움 되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도움이 돼도 모자랄 판에, 퇴근 이후에도 언제 올지 모르는 업무 연락을 받는 건 꽤나 큰 스트레스다.
일전에도 다뤘던 내용이지만 잡코리아에서 올 상반기 합격자 평균 스펙을 분석하니, 10명 중 7명은 자격증을 보유하고, 공모전 수상 경험자는 42.8%, 인턴십 경험자는 전체 합격자 중 38.3%였다고 한다. 평균적으로 학점은 3.7에 토익은 846점 이상을 맞았다고 하니 이전 세대처럼 1,2학년 때는 놀다가 3,4학년 때 집중해서 취업하는 시대는 옛날 일이 되었다. 이제 대학생들은 놀면서 취업 준비를 하는 게 아니라 정말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면서 취업 준비를 한다.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이제 1학년 때는 펑펑 놀다가 2,3학년 때 깔짝하고 4학년 때 취업 준비하는 시대가 아니다. 1학년 때는 자아 탐색을 하고 2~3학년 때는 수요자 맞춤 교육과정을 겪고, 4학년 때는 부트 캠프를 한 뒤 졸업 이후 바로 취업 연계를 한다. 옛날처럼 낭만으로 결석하고 노는 시대가 아니라, 중학교부터 대학 입시를 위해 매진하듯, 취업을 위해 매진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이렇게 열심히 사는 이들을 우리는 더 이상 스펙 경쟁을 한다 말하지 않고, 아름다운 말들로 포장한다. 갓생이니 자기 성장이니 업글 인간이니 하는 말들로. 개인은 자존감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갓생을 살기 위해 정말 많이 노력한다. 갓생의 이면에는 ‘고스펙으로 무장한 취업’이라는 북극성 지표가 존재한다. 모든 지표는 수치로만 매몰된다. 수치로 표현되는 것 중 인간적으로 관대하지 않는 것들이 많다.
힘들게 취업에 상공하더라도, 그들이 스펙을 쌓아온 지난 여정과 실제 업무 환경은 너무 다르다. 업무에서 자기 효능감을 느낄 수 없다. 앞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일은 필연적으로 해야 하는데, 하루에 9시간 이상 투자될 수밖에 없는 업무 환경이 자아실현이나 만족감을 주지 못한다면? 이미 소진될 대로 소진된 자아에 끝없는 업무 지시는 그들을 소모시킨다. 이 과정에서 번아웃이 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일과 삶을 분리하려는 시도보다는, 일을 삶에서 어떻게 하면 더 유의미하게 가져갈 수 있는지를 고안해야 한다. 업무 환경이 지옥이면, 사는 게 지옥이다. 하루하루가 출근하기 싫은 나날로 가득해지고, 업무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일에서 보람을 느낄 수 없으면 생산성도 나아지질 않는다.
번아웃의 끝자락에서 자기 착취를 향해가는 갓생보다, 함께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같생이 필요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갓생이 아니라 같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