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초등학교는 운동회를 하는지 모르겠다.
초등학생일 때, 뽀글거리고 노란색 브릿지를 한 나는 봉준호 감독의 머리와 비슷해 보인다. 그 머리에 흰색 띠를 두르고서 다른 애들과 같은 운동복을 입고, 모래 위에 앉아 열심히 놀이를 하고 있는 나는 행복해 보인다. 사진을 보니 그럴 것이다 짐작하는 것이지 그 당시를 기억하진 못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기억하는 것이 있으니, 봄이나 가을마다 하던 운동회인 것이다.
운동회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박 터트리기라고 생각하는데, 커다랗고 동그란 모양의 박을 달고 있는 키가 큰 막대 두 개가 운동장 가운데에 자리하는 것으로 나를 포함한 어린이들은 팔 운동을 휘익휘익 했을 것이다. 청팀과 백팀으로 나누어 진행하는 박 터트리기는 양 팀이 나란히 서서 출발 신호를 기다리다가 땅- 하고 울리는 순간 달려나가 콩 주머니를 바닥에서 주워 냅다 박을 향해 던지는 것이다.
이런 모습이다 →
출처 : https://blog.naver.com/mevitamin/222324533342
땅에 있는 콩주머니를 주워, 나의 머리띠 색과 같은 박을 향해 던진다. 다시 떨어진 콩주머니를 또 주워, 또 머리띠와 같은 색의 박을 향해 던진다. 이 단순한 반복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얻냐, 점심시간을 얻는다.
주로 점심시간 직전에 이 놀이를 했고, 승리하면 안 그래도 맛있을 밥이 더 맛있었을 것이다. 박이 터지지 않아 슬퍼하는 어린이에게는 다음 경기에서 이기면 되니까 열심히 밥 먹고 체력을 충전해야 한다는 부모들의 말이 썩 위로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런 어린이도 나무색 교실, 나무색 책상 위, 나무색 의자에서 먹는 밥이 아니라 모래 위 돗자리를 깔고 혹은 벤치에서 엄마 아빠와 함께 김밥을 먹는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밥맛은 있었을 것이다.
어떤 어린이는 밥을 먹으면서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저쪽 팀 박이 터지기 쉽게 만들어진 게 분명해…! 그래. 우리 팀 박은 불량이었을 거야.’
하지만 밥맛 좋은 어린이는 다르게 생각할 것이다.
‘나 진짜 열심히 했어. 내가 마지막으로 던진 콩주머니 한 방으로 박이 터졌을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