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님, 야구 좋아하시나요?

저는 야구를 참 좋아하는데요, 오늘 점심에 프리마 팀과 미팅을 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중학교 야구단 친구들이연습하는 모습을 보고 내가 왜 야구를 좋아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써봐야겠다! 생각이 들어 적어봅니다.

제가 처음 야구라는 종목을 마주했던 건 아마도 5~7살 사이쯤인데요. 아무것도 모르고 끌려갔던 잠실 야구장.. 뙤약볕 아래에서 룰도 모르고, 재미도 없는 야구를 보는 게 너무 힘들어서 징징거렸다가 아빠의 불호령(?)과 함께 7회에 끌려 나왔던 게 제가 처음 야구를 만났던 기억이었어요. 네, 전혀 좋지 않은 첫 경험이었죠.

아마도 지금 야구를 좋아하지 않는 분들이 대부분 비슷한 생각을 하실 거라고 생각해요. “길기도 길고 땡볕 아래에서 뭐하는지도 모르겠는 걸 무슨 재미로 봐?”

제가 야구를 좋아한다고 말했을 때 10에 8은 그렇게 말하더라고요ㅋㅋ 이해합니다. 저도 그랬으니깐요.

그런 제가 두 번째로 야구라는 종목을 경험했던 건 고등학교 2학년 체육 대회였어요. 보통 여자들은 피구 혹은 발야구를 했었는데 그때 처음으로 진짜 야구 종목이 체육 대회 종목으로 선정되었고, 저는 내야수 겸 4번 타자로 출전을 했었어요. 승부욕이 강했던 저는 수업만 끝나면 어떻게든 잘하겠다고 근처 초등학교 운동장에 가서 타격 연습을 했는데 그때 ‘아.. 야구 재밌네. 보는 건 별로여도 하는 건 재밌는 거구나’라고 느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다시 야구를 만난 건(이거 너무 대장정의 이야기 같지만..ㅋㅋㅋㅋㅋㅋ) 20대 초반이었던 것 같아요. 한창 류현진, 김광현, 윤석민 3강 체제로 괴물 신인들이 나왔다고 나라가 떠들썩했던(아마 나라까진 아니고.. 아름아름 떠들썩했던) 그 시기에 야구 광이었던 오빠가 맨날 야구 야구 야구 이야기를 하는 걸 들으면서 대체 재미도 없는 야구 얘길 왜 자꾸 하는 거야? 짜증이 나던 찰나 오빠가 해준 스토리 하나가 저의 마음을 움직이게 되었어요. 바로 윤석민이라는 선수에 대한 이야기였는데요. 어찌 보면 뻔하디 뻔한 잘하던 선수가 힘들었지만 역경을 겪고 다시 잘해나가고 있다는 그런 스토리였어요. 너무나 뻔한 이야기였지만 잘해서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시련을 겪고 잘하는 사람이라는 말에 멋있어 보여서 그 선수를 응원하게 되었고, 저는 점점 야며들었습니다..(오빠의 설계에 당한 느낌이..)

하지만 그때도 저는 그냥 그 선수를 응원하는 정도지 진심으로 야구를 사랑하는 수준은 아니었어요. 그런 제가 야구에 미쳐버리게 된 건 25살쯤? 회사 생활에 지치고, 사람들 기싸움에 지쳐서 대인 기피증에 걸려 집에서 백수로 지내던 시절이었어요. 아마도 제 기억엔 주말 점심쯤이었던 것 같아요.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오빠는 야구를 보고 있었고, 저는 땡볕 아래에서 하는 야구 정말 별로야.. 생각하면서 지나가고 있었는데 오빠가 저를 불러 세웠어요.

“승희야, 너 저 김선빈 선수 알아?”

“아니, 몰라" 하고 지나치려는 순간

“아마도 저 선수가 너랑 동갑일걸?”